[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한 뒤 각 부처로의 기능 분산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여성단체들도 여가부 폐지를 수용하는 등 대안 마련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대안으로는 독일식 부처 신설방안이 제시됐다. 독일은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연방여성가족부)가 성평등 관련 정책을 담당한다. 여성단체 측에서는 여성 정책이 출생, 돌봄, 노동, 가족 등 생애주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만큼 신설부처를 통해 양성평등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수위는 여전히 여가부 폐지에 따른 관련 기능들을 타 부터로 이관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윤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20년의 세월 동안 여가부는 부처의 이름을 바꿔가며 명백을 유지했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보다 국민들께 많은 실망감만 안겨줬다”며 “이제 여가부 존폐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 오늘 토론회를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여가부 폐지 이후 대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날 여성단체들은 현실성을 들어 여가부 폐지를 수용하되 대안 모색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허명 한국여성단체 협의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30일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양성평등부를 제안했다”며 “여성의 높은 교육률에도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고위직으로 가기 힘든 환경은 ‘차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허 회장은 “안 위원장은 저의 말에 ‘맞다’고 말했다”며 “저도 (여가부를 폐지하고)모든 것을 처음부터 논의해 젠더, 가족, 출산, 돌봄 등의 문제를 포함해 새롭게 꾸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기 때문에 여가부 자체를 폐지하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젠더 이슈, 가족, 인구절벽 등의 문제들을 어떤 부처에서 담당할 지 옵션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보다 전향적인 방향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들이 여가부 장관 인선에 대해 묻자 “정부조직법 문제하고도 연관된 부분도 있다”며 “기다려 달라”고 말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서울 종로구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성단체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독일의 연방여성가족부는 1987년 독립부처로 발전해 35년간 운영되고 있다. 연방여성가족부가 독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45년 제정된 독일 헌법에 ‘국가가 남녀의 양성평등의 실질적 이행을 장려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연방여성가족부의 주된 업무로는 임금차별 타파, 여성 고위직 승진 기회 보장, 일과 가정의 양립, 성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일 등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하나 베커(Hana Becker) 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은 “독일 양성평등 정책은 한 부처가 담당하는 정책은 아니고 모든 주체가 다 협력하는 분야”라며 “양성평등은 지속되는 프로세스로 봐야 한다는 것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적극 참여해 양성평등을 개선할 정책도구를 지속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이 기능을 타 부처로 이관 및 위원회 설치를 통한 ‘플랫폼 부처화’ 방안도 제기됐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가부의 정책은 전체 예산의 10%도 안 되는 1050억원에 불과해 여성정책의 지위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코로나로 보건분야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과 관련된 독립부처로 이관하되, 보건복지가족부로 여성, 청소년 등이 다 들어가 플랫폼 정부로 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대통령직속 위원회를 둬서 모든 부처 모든 정책에 대해 양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검증하고 부처 성과에 반영하도록 하면 된다”고도 덧붙였다.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차인순 국회의정연구원 겸임교수는 “여가부 기능 중 가족과 청소년, 여성고용은 각각 고용부,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여성 및 성평등 분야를 ‘대통령실 민관협력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서 1998년 여성특별위원회에서 머리만 있고 팔 다리가 없어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1998년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새정부 공약인 성별근로공시제 등 양성평등 일자리 정책을 강화하고 젠더 갈등 해소, 돌봄 정책 강화, 저출생 대응 등의 기능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논란이 됐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한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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