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경기 성남 판교 본사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고형암과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이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투과율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GC
녹십자(006280)는 전날 중증형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ICV(intracerebroventricular, 개발명 GC1123)'의 임상시험 1상을 승인받았다.
헌터증후군은 '2형 뮤코다다증'으로 불리며, 남아 10만~15만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골격이상과 지능 저하 등 예측하기 힘든 각종 증상들이 발현된다.
키가 잘 자라지 않고 얼굴과 골격이 부자연스러우며 운동성과 지능이 떨어지는 등 예측하기 힘든 증상이 나타난다. 글리코사미노글리칸 축적은 신체조직과 장기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할 경우 15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전 세계 환자수는 약 2000명, 국내 환자수는 약 70~80명으로 알려져 있다.
헌터라제ICV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GC녹십자가 기존 정맥주사(IV) 제형 대신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임상 개발에 나선 것은 낮은 뇌혈관 장벽 투과율 때문이다.
뇌혈관 장벽은 뇌를 둘러싼 혈관으로 이뤄진 일종의 장벽으로 뇌를 보호하기 위해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분자만 수용하고 나머지 물질은 배제한다. 뇌로 투여돼야 하는 약물은 뇌혈관 장벽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GC녹십자는 "헌터라제ICV는 기존 정맥주사 치료법이 환자의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뇌실질 조직(Cerebral Parenchyma)에 도달하지 못하는 점을 개선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뇌혈관 장벽에 가로막혀 약효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고형암에서도 찾을 수 있다.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이 대표적이다.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환자의 절반이 뇌로 암 세포가 전이돼 사망하지만 기존 치료제의 뇌혈관 장벽 투과율은 약 30% 수준이다.
이 같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뇌혈관 장벽 투과율은 암 치료제 개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월 국산신약 31호로 허가받은
유한양행(000100)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메실산염)' 역시 뇌혈관 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뇌 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약물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는 뇌혈관 장벽 투과율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려 파이프라인 장점을 극대화하는 곳 중 하나다.
보로노이가 자체 평가한 자사 파이프라인의 뇌혈관 장벽 투과율은 70~100%다. 이 회사는 파이프라인 중 뇌에 가장 잘 들어가는 비보세포폐암 치료제 'EGFR C797S'로 오는 2025년 가속 승인을 노리고 있으며 77% 확률로 뇌로 투과되는 또 다른 파이프라인 'EGFR Exon20' 역시 조기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14일 온라인으로 열린 보로노이 기업설명회에서 김대권 대표가 약물 선택성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보로노이)
이와 관련,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지난달 14일 간담회에서 "많은 바이오텍, 제약사들이 자사 물질이 선택적이고 뇌를 투과한다고 하지만 데이터를 공개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라며 "(보로노이 파이프라인은) 극단적으로 선택적이고 압도적으로 뇌로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퇴혈간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항암제 분야 파이프라인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뇌전증 신약을 상용화한 SK바이오팜이 항암 영역으로 진출을 선언한 것은 출범 이후 처음이다.
SK바아이폼이 보유 중인 항암 파이프라인은 표적항암 혁신신약 'SKL27969'가 대표적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암세포 증식과 성장에 관여하는 PRMT5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항암 신약이다.
회사 측은 중추신경계 치료제 개발 경험으로 쌓은 뇌혈관 장벽 통과 약물 역량을 동력으로 삼아 항암 분야 신약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지난달 24일 간담회에서 "지난 30년 동안 중추신경계 치료제를 꾸준히 개발하면서 뇌혈관 장벽 통과 약물을 개발하는 실력을 쌓았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항암 분야에서 뇌종양 및 전이성 뇌종양을 먼저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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