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풀어야할 과제는 남아있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막기 위한 독립적 조직을 만드는 역할을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과 도모하면서 자칫 정쟁의 대상이 될 경우, 권력 견제 조직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3개월로 봤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당론을 채택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문제가 된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폐지하고, 이를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도록 설계했다. 다만, 검찰이 경찰의 직무에 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남겨두면서 경찰의 수사권 비대를 견제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을 남겨두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검찰개혁안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이룰 방침이다. 형사소송법 196조에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삭제하는 방법이다. 또 검찰의 6대범죄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단서 조항도 삭제된다. 이 조항은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사항”으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한 조항이다. 단, 경찰공무원의 범죄 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은 남겨둠으로써 검찰이 경찰의 부패를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에 대해 연구한 김기창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1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면 남용의 위험이 있다”며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할 수 있는 권한이 검찰에 몰려 있으면 검찰의 정치적·이해관계적 판단을 막을 길이 없어진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인 전관예우와도 관계가 깊다”며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는 막강한 위치에 있다가 퇴임을 하고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 검찰 뿐만 아니라 경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분리하게 되면, 이런 사법적 폐해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며 “진작부터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권 이외에도 경찰 권력 비대화를 견제할 장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한국형 FBI 추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환 대변인은 전날 “경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 통제기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동시에 추진한다”며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투명하게 하고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독립기구를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자치 경찰을 강화하겠다”며 “동시에 최종적으로 국가의 수사기능을 전담하는 한국형 미 연방수사국(FBI)와 같은 검찰의 수사기능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대표되는 경찰의 수사권을 분리해서 별도의 수사 기능을 담는 국수본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경찰의 수사 기능도 정보·외사·마약 등 수사별로 기구를 분리·독립 시키는 방안 등을 로드맵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경찰 권력 비대화를 견제할 별도의 조직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초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 대부분을 경찰에 넘겨주고 현재 검찰이 독점적으로 갖고 있는 6대 범죄를 새로 설립하게 되는 중수청에 모두 넘겨주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수청법안을 추진해왔다. 이 경우 검찰은 공소청으로 전환돼 법원에 기소된 형사재판만 관장하는 국가기관으로 권한 축소가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는 기존에 논의됐던 중수청 등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사법센터 정보기관개혁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유식 변호사는 “현재 경찰의 국수본에 6대 범죄 수사권을 그대로 넘기는 것은 경찰의 비대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중수청을 따로 만드는 것은 부담이 있지만, 하나의 일원화된 조직으로 경찰의 비대화를 견제할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중수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견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장 변호사는 “민주당이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한다고 했지만, 경찰에 6대 범죄를 이관시켰을 때 수사역량을 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이 확실하게 제시되어야 했는데, 이 역시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중수청 설치 등은 정부조직법을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과 협의할 수 밖에 없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게다가 검찰개혁안이 발의되고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공포돼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다는 점도 불안정성을 더한다. 장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고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처럼 시간적 여유를 둬야 제도적으로 안정성을 기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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