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여소야대의 불리한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서 프레임 싸움을 꺼내들었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 대해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으로 규정하고 부정적 이미지 구축에 매진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까지 엮어 대선 불복 프레임까지 작동시켰다. '아빠 찬스' 논란을 겪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정의 팩트가 없다'며 조국 사태와 결을 달리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전날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소집,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한 것과 관련해 "검수완박 강행 처리의 마수를 드러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그는 앞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처리 이면에는 문재인정부의 부정비리와 함께, 대장동 개발비리 특혜 의혹 등으로부터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했다. 원내대책회의가 열린 회의장 벽면에는 '이재명 지키기 검수완박 국민독박, 죄인대박법'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검수완박이 언론마저 통칭하는 보편적 용어로 흐르자 민주당은 단어에 담긴 '완전박탈'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경계, 뒤늦게 '검찰 정상화 법안'이라 고쳤지만 프레임 전쟁에서는 뒤처졌다는 평가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12~13일) 결과, ‘검수완박이라 표현되는 검찰의 기소권 및 수사권 분리 방침에 대한 찬반’을 묻자 찬성 46.3%, 반대 38.4%로 나타났다. 반면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찬반을 묻자(13일) 반대 52.1%, 찬성 38.2%의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가 같은 시기 진행됐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19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가운데)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결국 프레임의 힘에서 비롯된다. 미국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튕겨 나간다"고 지적했다. 레이코프는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늘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에 주요 선거에서 매번 진다는 주장과 함께, 정치적 논쟁에선 디테일한 싸움보다 프레임의 구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대선 불복 프레임도 가동시켰다. 유상범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며, 민심과 맞서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민주당이 각종 권력비리 수사를 막고, 이재명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의 비리 수사도 막아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이자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다.
프레임 전쟁의 돌입은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입장에서도 엿보인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7일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윤 당선인의 입장을 전했다. 정 후보자의 두 자녀가 의대에 편입학한 과정에서 아빠 찬스에 기댄 특혜 시비가 있있지만, 이를 입증할 팩트가 없다는 반론이었다. '조국 시즌2'라는 또 다른 강력한 대응 프레임이 등장하자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나섰다. 그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조국, 조국 그러는데 진짜 조국 문제하고 이거하고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를 해보라. 조작을 했나 위조를 했나. 무엇이 같냐"며 언론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는 한편 조국 사태와의 차이점 부각에 주력했다.
19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시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 같은 프레임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민주당을 상대로)여론전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이를 대하는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전열조차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여소야대 환경에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집권여당 입장에서 프레임 전쟁은 계륵처럼 쓸 수밖에 없는 카드"라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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