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6·1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의 곳곳에서 공천 불공정 시비가 불거졌다. 공천 원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공천 결과가 오락가락 번복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정 가치에 반하는 것으로, 이준석 대표가 약속했던 공천 원칙도 흔들리게 됐다.
충북 영동군 가 선거구 국민의힘 군의원 예비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에 공천 확정자에게 주어지는 선거기호가 공개됐다는 소문이 돌아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해당 예비후보 측 현수막의 기호는 빨간 천으로 가려진 상태다. (사진=뉴시스)
20일 충북 영동군에선 충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심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국민의힘 기호인 2번을 내건 현수막이 걸려 논란이 됐다. 영동군의원 가 선거구에 출마한 A씨가 공천 확정 전 해당 현수막을 설치했고, 도당 공관위는 부랴부랴 현수막을 임시로 가리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예비후보 간에 협의와 조율을 통해 기호를 정해 비용을 아끼는 차원에서 현수막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A씨가 도당 공관위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은 것 아니냐, 사전에 교통정리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도당 공관위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은 공관위와 무관한 후보자 개인의 실수라고 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자기들끼리 합의됐다며 (기호 표기 등)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게 전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일이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일말의 과정들에 관해 공관위 서류 심사나 면접 때 논의를 할 것 같다"며 "아직 공천 확정 날짜는 미정이고, 지금 A씨가 '공천 된다. 안된다'를 말씀드릴 순 없다"고 했다.
공천 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사례도 빈번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동일 선거구에서 3번 이상 낙선자, 강력범·성범죄·음주운전 등 사회 통념에 반하는 범죄행위를 한 후보자는 이번 6월 지방선거 공천에서 전면 배제키로 했다. 국민의힘 중앙당에서도 이런 공천 원칙을 국민들에게 홍보했다. 이런 원칙을 적용해 동일 선거구에서 3번 이상 떨어진 박성효 전 대전시장도 이번 대전시장 공천에서 탈락됐다.
하지만 충북 괴산은 예외다. 괴산군수에 도전했다가 3번 낙선한 송인헌 전 충북혁신도시관리본부장은 이번에 또 다시 괴산군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송 전 본부장은 2014년 6회 지방선거와 2017년 재보궐선거, 2018년 7회 지방선거 때 괴산군수 선거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송 후보는 "2017년 출마한 재보궐선거는 '3회 이상 낙선자 공천 배제' 규정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며 "괴산을 험지로 판단, 공천 규정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도당 공관위도 지난 19일 "괴산군을 취약지역으로 판단해 예외 적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경쟁자인 이준경 음성부군수가 "공천 기준에 위배되는 송 전 본부장을 예비후보로 올린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천 서구청장 선거에서도 강범석 전 서구청장이 3번 낙선했음에도 예비후보로 나섰다. 공정숙 서구청장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인천시당 공관위가 ‘공천 배제’ 대상자를 무리하게 공천에 포함하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당원과 서구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인 권중광 전 서구청장은 1인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인천시당 공관위는 "강범석 예비후보 등록은 공관위 결정 사항"이라며 "공천 기준은 나중에 설명회를 하겠다"고 강행 의사를 드러냈다.
공천 결과가 번복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지난 14일 강원도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 공천했다. 예비후보였던 김진태 전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등을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불복하자 국회 농성에 돌입하자, 18일 기존 발표를 번복해 김 전 의원이 망언에 사과하는 조건으로 재심을 의결했다.
당 안팎에서는 '집안싸움만 하다 본선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의 공천 원칙 적용 약속도 허언이 됐다. 원칙이 후보별로 오락가락 적용되면서, 불공정 논란마저 불거졌다. 울산광역시장 선거에 나선 박맹우 전 시장은 경선에서 탈락하자 지난 14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시장은 무소속 출마의 변으로 "여론조사에서 줄곧 당내 후보 중 1위를 했고, 범죄 이력 등 결격 사유도 없는데도 중도 탈락했다"며 "공관위의 잘못된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9일 국민의힘 소속 이준경 충북 괴산군수 선거 예비후보자가 괴산군청에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경선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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