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일본 최대 완성차 업체 토요타가 첫 전기차를 내놓으며 현대차그룹과 본격적으로 맞붙는다. 토요타는 한발 늦게 뛰어든 만큼 수십조원을 투입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방침이다. 혼다, 닛산 역시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전기차 시장에서 치열한 한·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20일 독일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 15일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 전기차 브랜드 '토요타 비지(TOYOTA bZ)'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비지포엑스(bZ4X)'를 공개했다.
bZ4X 가격은 4만2000달러(약 5200만원)부터 시작한다. 사륜구동은 4만4080달러다. 210마력(사륜구동 214마력)의 힘을 발휘하고, 파나소닉의 71.4kWh 배터리가 적용됐다. 주행거리는 미국 기준 252마일(약 405.5㎞)이다. 올봄 출시가 예정돼 있다.
토요타는 지난 13일 일본에서 600만엔(약 5800만원)에 내놓은 bZ4X를 월 구독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bZ4X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15종,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전 차종 모델을 보유할 예정이다.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35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토요타 첫 순수 전기 SUV 'bz4x'.(사진=토요타)
토요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 'UX 300e'와 'RZ 450e'를 포함해 2030년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2035년부터는 전기차 모델만 판매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2030년까지 전동화에 8조엔(83조원)을 투입하고, 이 중 절반을 전기차에 투자한다. 나머지는 배터리 개발에 들어간다.
그동안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했다. 주행거리가 길지 않고, 배터리 가격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전기차를 개발하지 않고서는 점유율 확대가 힘든 상황이 됐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토요타는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면서 경쟁사들 대비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느렸다"며 "이번 전동화 전략은 시장의 빠른 전기차 침투율 상승에 따른 다급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다는 지난 12일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연간 200만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혼다 연간 생산 대수(413만대)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우선 혼다는 2024년 일본에서 경자동차 크기의 상용 전기차를 100만엔대로 내놓은 후 일반용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앞서 혼다는 지난해 일본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전동화를 선언하고, 2040년까지 전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플랫폼 공유 계약을 맺고, 2024년 GM의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적용한 전기차도 생산할 방침이다.
혼다는 중국 우한에 연산 12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올해 전기차 전문 새 브랜드 'e:N' 시리즈 차량을 출시하고, 향후 5년 동안 중국 시장에 10개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혼다는 지난 12일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연간 200만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진=혼다)
닛산은 2026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에 2조엔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생산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15종의 전기차를 새로 내놓기로 했다.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하면 23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닛산은 2026년까지 유럽과 중국에서 친환경차 비중을 각각 75%와 4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에서도 신차의 55% 이상을 친환경차로 대체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일본 소니도 최근 전기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올해 전기차 회사 '소니 모빌리티'를 세우고 전기차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소니는 혼다와 손잡고 연내 전기차 개발과 판매를 위한 회사를 설립하고, 2025년 첫 모델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환이 늦었지만, 일본의 저력이 있기 때문에 쫓아오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현대차가 얼마큼 선두 그룹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현대차(005380)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중장기 전기차 판매 목표를 2026년 84만대, 2030년 187만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연간 14만대를 기록한 전기차 판매 규모를 5년 내 6배, 10년 내 13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11개, 제네시스 6개 등 총 17개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기로 했다.
목표 달성 시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 초반에서 2030년 7%로 뛰며, 현대차그룹 기준으로는 6%에서 2030년 12% 수준으로 상승이 기대된다.
기아(000270) 역시 올해 전기차 16만대를 시작으로 2026년 80만7000대, 2030년 1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내년 플래그십 모델인 EV9을 비롯해 2027년까지 매년 2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해 총 14종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현대차그룹의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은 307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471만7728대)의 65% 수준이다. 전기차 라인업도 31종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와 품질 제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향후 전동화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이 투자하는 자금은 120조원(현대차 95조5000억원, 기아 28조원)이 넘는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