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대검찰청이 연일 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여론전을 펼치는 가운데, 검찰에서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헌법재판소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 여부를 다툴 준비를 하고 있다. 법안이 헌법에 검사의 영장 청구 권한이 명시돼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있으며, 각종 의견수렴 절차도 생략하고 있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대검 공판송무부와 공공수사부, 과학수사부는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자신들의 업무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설명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와 관련된 업무를 맡은 공판송무부 산하에 검수완박 '위헌성 검토 TF'를 두고 있어 관련 대응과 함께 법안의 위헌 소지도 지적했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형사소송법이 영장절차를 수사편 등에 규정하면서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정하고 있는 것은 검사의 영장청구권한이 수사권 한을 포괄하면서도, 영장절차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라는 헌법 정신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개정안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이어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입법절차는 국회법이 정한 각종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어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리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대검 위헌성 검토 TF는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위헌법률심판의 경우 현재 법안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청구할 수 없고, 헌법소원은 개인의 권익 침해이기 때문에 대검 차원에서 신청을 고려하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권한 다툼을 헌법재판소에서 가리는 절차인데, 헌법에 명시된 '헌법기관'만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부장은 "법률의 재·개정도 국회의 처분이기 때문에 헌법상 여러가지 권리가 침해됐다는 측면에서 다툴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검찰청이 과연 헌법기관인가를 검토하고 있는데, 헌법에 검사의 영장청구권한이 있고 검찰총장에 대한 기재도 있어서 검찰청도 헌법기관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법무부가 있다"고 했다.
대검 공판송무부와 공공수사부, 과학수사부는 이날 과거 사례를 들어 부서별로 검수완박이 통과될 경우 생길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보·테러·선거·노동 등 공공 영역 범죄를 담당하고 있는 공공수사부는 공소시효가 짧은 선거범죄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남 공안수사지원과장은 "선거법은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안 되는데 보완수사가 필요할 경우 검찰과 경찰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시효가 도과되거나 부실 처리 될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판송무부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발생하는 위증의 범죄를 잡아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신대경 공판1과장은 "수사 효율성, 재판 진실성 담보 측면에서 위증 수사는 공판에 참여한 증인의 거짓말을 직접 들은 검사가 수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경찰에 다시 의뢰하면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재판이 왜곡되는 것을 시정할 방법이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과학수사부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지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검찰이 증거를 크로스체크할 기회가 사라진다고 말한다. 국과수와 대검 과학수사부를 한 곳에 합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최성필 과학수사부장은 "감정에서는 소위 '다다익선'이라는 말도 한다"며 "감정기관이 어느 한 군데 모여있어 재검증 절차가 없으면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은 마산 무학산 등산객 강간미수살인 혐의로 억울하게 체포된 약초꾼을 대검 과학수사부 DNA 재감정으로 석방한 사례를 들며 "한 번 더 보면 안 나왔던 것도 나올 수 있다. 그런 사례가 있어 재검증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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