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을 넘어서③)기업·기관들의 생색내기 채용…장애인들 두번 운다
장애인, 유·물리적 장벽에 고용에서도 차별
막상 채용한 기업들은 “인식 좋아졌다”응답
일할 수 있는 환경만들어 ‘사회통합’이뤄야
2022-04-25 06:00:00 2022-04-25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IT회사에 근무하는 청각장애인 A씨는 회사에서 회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회사가 A씨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도움인’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원인이 회사 정보를 가져갈 수 있지 않냐, 보안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업무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직장 내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창조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은 “회사 건물 중 아예 휠체어 접근이 안 되거나 그런 경우도 있다”며 “대부분의 직장이 장애인들이 노동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있지 않다”고 했다.
 
장애인 차별은 고용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 채용을 암암리에 꺼리거나, 동료들 역시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공단)이 2021년 발표한 ‘기업체 장애인 고용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 중 장애인 고용률은 1.48%에 불과했다. 장애인 고용을 위한 시설 등 근로환경이 친화적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율은 9.5%로 저조했다.
 
광주 장애인철폐연대 등 지역 장애인·인권 20개 단체 회원들이 '장애인의 날' 40주년인 지난 2020년 4월20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승강장에 정차한 저상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이들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북구 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시청까지 5개 저상버스 노선을 이용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뉴시스)
 
공단의 김호진 연구원은 “기업들이 ‘우리 회사에서 장애인을 채용하기 힘들다’ 또는 ‘직원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다’라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공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거부하는 이유는 ‘회사에 장애인이 일할 만한 적합한 직종이 없다’, ‘장애인을 채용하려 해도 능력에 맞는 지원자가 없다’가 주를 이뤘다. 김 연구원은 “(능력에 맞는 지원자가 없는 등) 실제로 이런 부분도 있겠지만 또 인식 때문에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게 중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고용시장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사회 통합을 저해시키는 요소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득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가 고용시장에 허들 없이 잘 진입할 수 있는 게 사회통합의 핵심 기준인데, 우리 사회는 차별적인 요소가 여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사실상 직장인들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일터에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사회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만남이 있어야 서로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되지 않겠냐”며 “장애인도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기업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공단이 같은 해 장애인 고용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근무태도, 대인관계, 업무능력 부분에서 모두 평균점을 웃도는 점수가 나왔다.
 
김 교수는 사회 통합 측면에서라도 우리 사회가 점차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혹은 ‘보편적 디자인’으로 불리는데 신체 조건과 연령, 성별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불편한 환경을 없애는 베리어프리(Barrier-free)디자인에서 더 나아가 설계 단계부터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것이다. 저상버스나, 무장애 숲길, 횡단보도의 남은 시각 표시가 되는 신호등, 높낮이가 다른 지하철 손잡이, 캔 음료에 찍힌 점자 등이 그 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장애인이 사회에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직장을 다니든 뭘 하든 할 수 있지 않겠냐"며 “장애인뿐 아니라 인간중심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저상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이 사회 갈등 요소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의 요구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좋은 시설이면 비장애인들도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라며 “저상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누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편리해 하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는 포천 산정호수 등 도내 관광지 13곳을 대상으로 보행로 개선 등 '무장애 환경'을 조성한다고 지난 2월3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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