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추후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현재까지는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근 제기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는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취임 이후 첫 기자단 상견례 자리에서 물가·성장 현황과 추후 통화 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통화 정책이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기조는 계속된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가 어떻게 될지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해야 될 것 같다"며 "오는 5월, 7월 계속 상향할 것인지에 대해 한 방향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5월 26일이다. 이후에는 하반기인 7월 14일 개최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빠르면 5월, 늦어도 7월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개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 경제 둔화 등 해외 요인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전망 등을 봤을 때 경제성장률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로 소비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 추후 성장 여부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국제 유가, 곡물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며 "이달 금통위에서는 4%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바 있다. 추후 상승률이 이보다 올라갈 수 있는지도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당장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가 5월 금통위 결정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5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금통위 결정의 큰 변수다.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는데, 이후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움직임 등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일단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취임사에서 중장기적 이슈로 성장을 이야기했는데 단기적 금리 정책 측면에서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달돼 부담스럽다"며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가 되고 싶다. 구조조정, 창의성 개발 등으로 생산성을 높여 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성장률이 떨어지지 않고 고용이 창출돼 생활의 질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심한 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올해 1월이나 2월에 원화 가치가 절하된 정도는 달러 인덱스가 상승한 수준과 비슷하다"며 "원화 절하 폭이 엔화 등 다른 국가 통화와 비교해 심한 편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환율 움직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겠지만, 환율을 목표로 삼아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는 한은이 장기적 측면에서 국민 경제 안정이라는 큰 임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지 등을 볼 필요가 있다"며 "가령 큰 배가 있다고 할 때 배가 1도만 틀어져도, 아무리 그 위에서 열심히 일한다 한들 방향이 다른 곳으로 바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중장기적 측면에서 경제주체가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참여하고자 한다"며 "또 한은 내부적으로는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로 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추후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이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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