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조용훈·김현주 기자] 10년 만에 도래한 물가상승률 4%의 충격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화 정책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물가 폭등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잿값과 공산품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공급망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불황 속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등 최악의 경기 침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교한 재정 정책의 역할도 주문하고 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물가 대응 전략'을 문의한 결과, 대외 리스크의 부작용에 대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궤를 함께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대내외적으로 물가 압력이 커진 데다 그 속도도 매우 빨라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물가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빅스텝 형식을 밟아 대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매우 부담스럽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가 연평균 100달러에 달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둔화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300억 달러 이상 악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외 리스크의 국내 전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사전적 대응이 중요하다"며 "정치적 경기 사이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에 있어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공급망 훼손이다. 여기에 거리두기 완화가 본격화되면 오르던 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물가상승률은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의 정책도 미국 등의 방향에 보폭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성태윤 교수는 "추경은 지금 당장 영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추경에 대한 논의가 계속 나오는 것이 실제로 상당한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이제는 30조원, 50조원 식의 규모를 사전에 정해놓고 하는 접근은 타당성이 높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필요 예산을 추정해야 한다"며 "이후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정 안 되는 부분만 채권으로 조달하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방안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에서 생산 비용의 전반적 증대가 물가 불안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식량의 경우 육류를 대신할 대체육, 에너지의 경우 석유·가스를 대신할 친환경 에너지를 발굴하는 등 공급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도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에서 적정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균형 있는 통화 정책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여기에 원자재 수급 안정을 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주요 원자재나 부품 같은 경우 내재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대외 변수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물가 대응 전략'을 문의한 결과, 대외 리스크의 부작용에 대한 사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궤를 함께했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역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조용훈·김현주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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