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통령실 미비에 내각도 구멍…역대급 '공백정부' 온다
윤석열 당선인, 10일 취임식…새정부 출범 즉시 용산 국방부서 집무
비서진, 행정·경호인력 공간 미정…바이든 대통령 회담 장소도 불확실
현 정부 장관들 9일 일괄사퇴…한덕수·한동훈 등 임명 난항, 행정공백 불가피
2022-05-06 06:00:00 2022-05-06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정부 출범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화려한 취임식과는 달리 역대급 '공백정부'로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청와대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키로 했으나 대통령실은 완비되지 않았고, 국무총리를 비롯해 법무부·교육부·복지부 등 주요 부처 장관의 인선도 민주당 벽에 막혔다. 이 같은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걸로 예상되면서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오는 10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20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좋지 않다. 우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키로 한 대통령실이 완비되지 않았다.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취임과 함께 국방부 청사에서 집무를 시작한다. 지난 3월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로 옮긴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취임식 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대통령실 이전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예산 지원도 늦어졌다. 하지만 새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새 청사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고 부랴부랴 이삿짐을 싼 끝에 집무실 이전이 가능해졌다.
 
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원도 춘천시 춘천역을 방문해 철도인프라 구축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기능의 공백이다. 당장 대통령 비서실과 행정·경비인력 등 약 300명이 입주할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복수의 인수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선 대통령실 인력을 감축, 최대 200명 선에서 유지할 것"이라며 "구체적 장소를 언급할 순 없으나 국방부와 멀지 않은 곳에서 일하다가 이른 시일 내 입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관계자들이 언급한 '멀지 않은 곳' 중엔 용산 군인아파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용산 동빙고동의 군인아파트가 윤석열정부에 일부 빼앗기고 군 장교들이 이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 질의에 "최종 결정된 건 아니고, 현재 협의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오는 20일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영접이다. 청와대에는 국빈이 방문했을 때 환영식을 열고 회담을 하는 장소로 '영빈관'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 청사엔 그런 곳이 없다. 관저로 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바이든 대통령을 초청할 경우 경호가 우려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머물 숙소로 찾아가자는 건 결례와 국격 문제가 뒤따른다. 이러다 보니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장소가 됐든)예측 가능하지가 않아서 그때그때 임시 방편으로 장소를 섭외해야 될 것 같다"며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과제를 추진할 행정부의 공백도 상당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김부겸 총리와 장관들은 문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는 9일을 기해 일괄 자리에서 물러난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눈치 없이 새정부에 '봉급 더 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윤석열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가 원만히 국회 인준을 통과해야 한다는 가정이 전제돼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9일 사직한다. 
 
3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9일 이후 이들의 자리를 채울 국무위원들이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다. 5일 기준으로 한덕수 후보자 등 새 정부의 초대 내각 18명 후보자 중에서 인사청문회를 마친 건 총 12명이다. 이중 국회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이종호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등 단 3명이 전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9일에야 청문회를 연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은 청문회 일정도 미정이다. 특히 지난 3일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함에 따라 후임자를 새로 물색해야 한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민주당이 낙마 대상자로 지목하면서 국회 인준안이 부결될 수도 있다. 참여정부에서 서리제를 없애고 총리를 '인준 후 임명' 방식으로 바꾼 이래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 표결에서 낙마한 건 유례가 없다. 논란이 생긴 후보자는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해 모두 인준 표결 전에 사의를 표했다. 장관의 경우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법무부·산업부·통일부 등 6개 부처는 청문회조차 하지 못해 새 장관을 맞을 수 없다. 정권 교체기에 청문회·인수인계 등을 이유로 새 장관들이 바로 임명되지 못한 일은 있었지만, 무더기인 경우는 사상 초유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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