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정계에 조기 복귀하면서 민주당이 두 달 만에 다시 '이재명의 민주당' 체제로 전환했다. 6월 지방선거 전망이 지극히 어두운 상황에서 경기·인천 선거 결과에 따라 이 고문의 정치적 명운도 달렸다는 분석이다.
이 고문의 이번 출마는 지난 3월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석패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짧은 숙고 기간 탓에 대선 패배의 당사자로서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에 대해 성찰하고, 그것을 계기로 좀 더 성숙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그것 없이 출마한다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조기 정계 복귀를 반대했다.
측근들조차 출마에 긍정적인 기류는 아니었다. 김남국 의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7인회 중 2명은 나가라 이런 것이었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 정도 숫자가 아니었나 싶다"며 이 고문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 중 5명 정도가 이 고문 출마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7인회는 정성호·김영진·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과 이규민 전 의원으로 이뤄진 이 고문의 측근 그룹이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고가 전혀 없는 인천 계양을을 선택한 것도 여전히 논란이다. 무엇보다 성남 분당갑에서도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 고문은 당내 비주류임에도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실적을 기반으로 집권여당 대선후보에 올랐다. '천당 위 분당, 경기의 강남'으로 불릴 만큼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하지만, 안방인 만큼 분당갑에 도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당선 가능성 측면만 보자면 계양을이 옳은 선택이다. 이곳은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지낼 만큼 민주당 세가 강하다. 당장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대장동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한 분이 대장동을 등지고 도망가려 하느냐"며 그의 계양을 출마를 '도망정치'라 비판했고, 분당갑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같은 논리로 이 고문을 비난했다.
이 고문 측은 분당갑에 출마할 경우 분당에만 얽매일 수 있다는 점을 반론 근거로 삼았다. 대신 계양을 출마는 인천과 경기를 넘어 전국적 지원도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이는 역으로 계양을의 높은 당선 가능성을 봤다는 말이기도 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고문이 발로 뛰며 전국을 누비면 지금보다 훨씬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과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 고문과 동일한 목표치를 내놨다. 민주당은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직을 맡겼다. 이 고문은 이날 계양구노인복지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치인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 중심으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하고 민주당 후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 책임질 도리"라고 말했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고문의 가세에도 민주당에게 주어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당장 서울을 비롯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모두 패색이 짙고, 강원과 충청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정부가 10일 출범하면 기대효과와 함께 새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관건은 수도권인 경기와 인천이 될 전망이다. 현재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고, 박남춘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에도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에 다소 밀리고 있다.
이 고문으로서는 나홀로 생환은 의미가 없다. 최소한 경기와 인천만큼은 승리를 안겨다 줘야 한다. 이는 곧 지방선거 직후 있을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명분이 된다. 당대표는 오는 2024년 치러지는 총선에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이 고문은 이를 통해 당 장악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반면 경기와 인천의 패배는 이 고문에게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8월 전대 출마조차 불투명해진다. 특히 당내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잠재돼 있던 계파 갈등의 재점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누가 봐도 독이 든 성배"라며 "민주당이 패배하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기와 인천을 질 경우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이 지역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고,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서울·경기·인천 중 적어도 2곳을 이겨야 지방선거에서 이겼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정도는 돼야 이 고문도 인정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3곳을 다 지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진다"고 분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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