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성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박완주 의원에 대한 제명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비위 사건 등에서 민주당이 대처 미흡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점을 감안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제적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회복이 과제로 남아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에서 양승태 후보의 지지율이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에게 뒤쳐지면서, 일각에서는 성비위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 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2년 만에 보수가 충남을 탈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게다가 박 의원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2차가해 논란으로 관련 종지부를 찍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이에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등은 “잘못했다”며 자세를 바짝 낮추는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도 숙제로 남아 있다.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찬성할 경우 당원의 반발을 사면서 6·1지방선거에서 지지층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할 경우 새정부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형성될 수 있어, 민주당은 장고에 돌입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일단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압박하며 한덕수 후보자 인준을 연계하다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시 통합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성비위’에 단호해진 민주당, 박완주 제명…이재명 “잘못했다”
민주당은 성비위 혐의를 받는 박 의원에 대한 최종적 제명 절차를 마쳤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원총회에서 정해진 법과 당헌당규에 따라 우리당 소속 박 의원의 제명을 의결했다”며 “추가적으로 국회 윤리특위의 징계 상정 요구가 있는 상황 속에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소수 의견으로 ‘성비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 되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 출석을 통한 소명 기회가 있어야 도는 것 아니냐’ 등과 같은 질문이 있었다”면서도 “해당 의원과 소통한 의원이 ‘의원총회 불참은 제명 건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말해 답변이 됐고, 제명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박 의원은 성비위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만에 최종적으로 당에서 제명됐다. 앞서 민주당 비대위는 지난 12일 성비위 의혹이 불거진 박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당법 제33조에 따르면 소속 의원을 제명하기 위해 같은 당 의원의 과반 찬성이 필요해, 실제 제명은 나흘 만에 이뤄지게 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의석수가 168석에서 167석으로 줄어들었다.
민주당이 박 의원의 성비위 문제를 빠르게 마무리했지만, 지역 여론은 이미 술렁이는 모양새다. 오마이뉴스·이너택시스템즈의 여론조사 결과(13일, 충남도민 1003명 대상) 양 후보는 38.9%, 김 후보는 51.1%를 기록하며 김 후보가 12.2%포인트 앞섰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양승조 40.1%, 김태흠 52.3%로 후보 지지율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2년 만에 보수진영의 충남지역 탈환이 이뤄지게 생긴 것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취임과 박 의원의 성비위 사건이 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충남 천안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은 86세대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성비위를 일으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측근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 전 지사의 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성추문으로 낙마한 안 전 지사를 지켜본 바 있다.
그런 박 의원의 2차 가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때가 되면 입장을 낼 생각이다. 아직은 그때가 아닌듯 하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감내하고 시작한 일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 사흘 만에 낸 입장에서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박 의원의 2차 가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의원이 말한 ‘아닌건 아니다’라는 말은 피해자의 언어"라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마치 억울하다는 듯이 피해자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의 단호한 조치에도 2차 가해 논란이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자세를 바짝 낮추며 ‘사과 모드’에 돌입했다. 박 전 시장, 오 전 시장, 안 전 지사의 성추문으로 곤혹을 치뤘던 만큼, 과거처럼 당 인사들을 감싸며 2차 가해에 가담했다는 비판에 재차 직면할 수 없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사회자가 ‘성비위 사건이 터져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하자 “당연히 잘못했다”며 “책임져야 하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민주당도 혁신적으로 바뀌고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민주당은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덕수 후보자 인준에 대한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연기했다. 오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과)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자를 협의 중에 있다”며 “협의가 끝나지 않아 본회의 일정이 결정되면 직전이든 의원총회를 별도로 열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한덕수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은 ‘딜레마’에 갇혔기 때문이다.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인준에 찬성할 경우 당원들의 반발로 지지층 이탈이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반대할 경우 새정부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한동훈 후보자, 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한덕수 후보자 인준 문제를 연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한덕수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를 협조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특별한 응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인사문제부터 해결하라”라는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먼저 해결하라는 인사를 구체적으로 호명하지 않았지만, 정 후보자, 한동훈 후보자 등 민주당이 ‘부적격’ 인사로 꼽고 있는 인사들을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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