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민주당과 이재명의 '오판'
2022-05-24 10:00:00 2022-05-24 10:00:00
참패가 자명해졌다. 기대했던 '이재명 효과'도 없다. 오히려 또 다시 '노무현'에 기댄다. 정치 평론가 유창선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이 되었을 뿐, 민주당에는 더 이상 김대중도 노무현도 없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출발부터가 잘못됐다. 대선 패배에 대한 냉정한 분석 한 번 없었다. 말로만 반성하며 책임에서 벗어나려 했다. 눈 앞에 놓인 지방선거는 핑계거리가 됐다. 동시에 조급했고 다급했다. 리더십 부재도 한몫했다. 허약한 비대위로는 가시밭길을 헤쳐나가기 힘들었다. 그렇게 이재명을 조기에 불러들였다. 대선에서 확인된 47.83%의 득표율이 필요했다. 최소한 참패는 면할 것이라 믿었다. 한편으로는 책임을 지울 누군가가 필요했다. 덩치만 컸을 뿐 오합지졸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5일 경기도 인천시 남동구 인천대공원을 찾아 박남춘 인천시장 등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과 함께 이동하며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으로서도 '살 길'이 필요했다. 대중적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그의 성정은 조기 등판이라는 그릇된 판단을 낳았다. 명분도 저버렸다. 인천 계양을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잊혀진 패장 '정동영'을 연상케 했다. 승부사 '이재명'과는 분명 거리가 멀었다.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보다 더 우선이었던 건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었다. 국민을 믿고 검찰에 맞설 용기 대신 눈 앞의 갑옷을 택했다. 구심점이 사라진 당권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전국 지원'을 피신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재명을 찾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이재명과의 사진 하나 현수막이나 홍보물에 내걸지 않는다. 당장 인천시장 선거가 이재명 등판 이후 판세가 역전됐다. 믿었던 인천마저 수성이 어려워지자 격전지 대부분이 이재명을 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들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내심으로는 이재명의 현장 지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올까봐 걱정"이라는 말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공 들였던 한 표 한 표가 이재명을 마주하며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염려다. 이재명에 대한 반감이, 비호감이 부동층 표심을 앗아간다는 하소연이다. 일부는 이재명이 다른 곳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던 계양을이 위태로워졌다. 
 
민주당도, 이재명도 이를 간과했다. 20대 대선은 이재명만큼이나 비호감도가 높은 윤석열이라는 상대가 있었다. 하지만 대선은 끝났고, 이재명 홀로 전장에 남았다. 이에 대한 진단과 이미지 개선 없이 대선 득표력만 믿고 이재명을 출격시켰다. 대선과 지방선거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비호감만큼이나 강한 지지층을 갖고 붙는 일 대 일 싸움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재명을 통해 지방선거에서도 진영대결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오판이었다. 차라리 2010년 지방선거처럼 '무상급식'에 비할 전선을 형성해야 했다. '검찰공화국'이라는 좋은 소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재명에 언론의 조명이 집중되면서 크고 작은 말썽 하나하나 상대에게는 먹잇감이 됐다. '개딸들'(용어의 천박함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과 함께 떼로 몰려다니면서, 이를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규정했다. 안희정조차 질리게 만들었던 이분법적 팬덤을 "양념"에 비유했던(문재인), 그렇게 그 부작용을 겪고도 또 다시 공당이 팬덤에 휘둘리게 방치, 조장했다. 오히려 심화됐다. 그렇게 '이재명 효과'는 민심을 차갑게 돌리는 '역효과'만 낳았다. 
 
의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민주당의 폐부를 찌른다. 지난 20일 발표된 본지 3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국민 60.8%가 민주당의 대선 이후 행보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6.1%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지지 기반인 40대와 호남마저 민주당을 꾸짖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당의 거듭된 헛발질에 국민 58.2%는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것"으로 예측했다. '차라리 지난 대선에서 참패했어야 했다'는 바람이 괜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린 민주당. 그 중심에 이재명이 있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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