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해범이 청구한 '사형제 위헌'...핵심 쟁점은
헌법소원 청구인 "인간의 존엄·가치 침해"
"오판으로 판명되도 시정할 방법 없어"
법무부 "예외적 형벌, 생명권 침해 아니야"
"피해자 방어권 보장으로 오판 가능성 차단"
2022-06-02 12:38:51 2022-06-02 12:38:51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12년만에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위해 오는 7월 공개변론을 연다. 사형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은 이번이 세번째다. 
 
헌재는 오는 7월14일 오후2시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고 2일 밝혔다. 해당 법률은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의 형벌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은 해당 형법에 규정된 사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변론에서는 사형제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지, 심판청구가 적법한지 등을 따진다. 헌재는 청구인의 대리인, 이해관계기관과 참고인의 진술을 들은 뒤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A씨다.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이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A씨와 함께 2019년 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는 범죄인을 도덕적 반성과 개선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사회방위의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것"이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또 “인간의 목숨 그 자체를 수단으로 삼는 사형제는 헌법상 허용되지 않고 후에 오판으로 판명되더라도 시정할 방법이 없어 적절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반면 법무부는 헌법이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다며 사형제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특정인에 대한 생명권의 제한은 일반 국민의 생명 보호나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서 등 불가피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며 “사형제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아울러 “오판 가능성은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라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엄격한 증거조사 절차, 재심 제도 등 제도적 장치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각각 7대2와 5대4로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재 헌법 재판부에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히거나 적극 검토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모두 5명이다. 사형제의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는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다. 
 
헌법재판소.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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