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정하고 월급 환산액을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최저임금 결정기준, 업종별 차등적용부터 노사가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으로 하고 월급 환산액을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노동계는 근로자 생활주기가 월 단위인 점을 들어 월급 단위로 결정하고 시급을 병기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이 다양해 월급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며 시급으로 결정하자고 주장하면서 종전과 마찬가지로 결정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 기준,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해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위는 비혼 단신 생계비만을 결정 기준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가구원이 여러명인 실태를 반영해 노동자 가구 생계비를 핵심 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비혼 단신 가구는 전체 가구 대비 9.8%, 인구 대비 3%대에 불과해 전체 임금 노동자를 대표하는 통계로 한계가 있다"며 "가구 생계비를 핵심 기준으로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노동자위원들이 산출한 올해 '가구 유형별' 적정 생계비는 시간당 평균 1만5100원, '가구 규모별' 적정 생계비는 시간당 평균 1만4066원이다.
사용자 측은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자는 노동자 측의 제안을 즉각 반박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느 나라도 명시적으로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비혼 단신 근로자는 글로벌 스탠더드이자 지난 30년간 유지된 우리 최저임금위의 심의 기준"이라고 일축했다.
류 전무는 "어려운 경제 환경하에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를 힘겹게 버텨온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의 수용성 제고 측면에서도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언급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바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1988년 이후 사문화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올해 최저임금 논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다만 국정과제에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경영계는 업종별로 지불 능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가 결론이 나면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노사 양측이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내놓고 협의하는 과정은 다음 회의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는 인식을 노사가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원자재와 소비재 가격 인상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큰 부담이기 때문에 노사가 통합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으로 하고 월급 환산액을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박준석 최저임금위원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