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고율 30%…"매일 1000여대 소주 직접 운반"
화물연대 총파업 3일째…하이트진로 이천공장 가보니 '일촉즉발'
하이트진로 소주 출고 대란에…도매상·편의점까지 직접 운반
수양물류 소속 화물연대 "기름값 올라 손해…운임료 인상하라"
2022-06-09 17:17:30 2022-06-10 01:02:35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정문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유승호·이승재 기자)
 
[이천=뉴스토마토 유승호·이승재 기자] “요소수 대란, 화물노동자 다 죽는다. 기름값 폭등, 운송료를 인상하라”, “안전운임 일몰제를 폐지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정문 옆에는 이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그리고 넓은 도로 한쪽에는 시동이 꺼진 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이 일렬로 줄지어 멈춰서있었다.
 
이천공장 정문 앞에는 화물연대 노조원들과 경찰이 마주보고 대치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이천공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대형 화물차, 도매상의 소형 트럭, 승용차가 어지럽게 뒤섞였다.
 
앞서 하이트진로(000080)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운임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부분적으로 파업에 나섰다. 수양물류는 이들에게 운임료 5% 인상안을 제시했다.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정문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량이 멈춰서 있다. (사진=유승호·이승재 기자)
 
이들은 화물연대 총파업 시점에 맞춰 투쟁 강도를 끌어 올렸다. 지난 8일에는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 앞에서 화물차 출입을 막은 화물연대 노조원들 15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품목확대 세부계획 발표, 유가인상 대책 마련,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운임료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진수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 하이트진로지부 부지부장은 “정량을 싣고 제 운임을 받는 게 (파업의)주된 목적”이라면서 “화물차에게 가장 소중한 건 기름값인데, 기름값이 오른 만큼 매출이 많이 오른 것도 아니다보니 이제 뛰어도 손해를 볼 지경에 이르렀다. 견딜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부지부장은 “사측(수양물류)은 (운임료)5% 인상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요소수 값이 3~4배 이상 오르고 그 전에 (운임료)동결한 걸 따져볼 때는 (인상률이) 1%도 채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내부에 출고되지 못한 참이슬, 진로 등 소주 제품이 적재돼 있다. (사진=유승호·이승재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의 직격탄을 맞은 건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의 이천공장은 참이슬, 진로 등 전체 생산량의 35%를 담당하고 있다. 청주공장까지 합치면 전체 생산량의 70%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일평균 출고율은 30%대로 떨어졌다. 실제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의 소주 적재 공간은 출고되지 못한 소주 박스로 가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 적재 공간에) 이렇게 쌓인 적이 없다. 처음본다”면서 “저기있는(2~3개 팔레트) 정도만 공장부지에 남아있고 나머지는 다 물류센터에 가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소주 출고에 차질을 빚자 하이트진로는 대형 화물차를 임시로 수배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수배한 차량 앞 유리에는 노란색 팻말이 붙어있었다.
 
도매상들이 직접 주류를 운반하는 일도 속출했다. 수배한 대형 화물차 옆으로 도매상들의 소형 트럭도 자리했다. 주류 공급이 막히자 도매상들이 직접 주류 운반에 나선 것이다. 서울, 경기를 비롯해 충청 등에서도 올라왔다.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주류 도매상들이 소주 출고를 받기 위해 직접 트럭을 끌고 와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승호·이승재 기자)
 
이날 새벽 6시부터 소주 출고가 시작됐는데 출고 4시간 만에 300여대의 도매상이 이천공장을 찾았다. 이어 오후 1시40분에는 500여대를 넘어섰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도매상 1100여대가 이천공장에서 직접 소주를 운반해갔다.
 
한 주류 도매업자는 “군포에서 왔다. 이렇게 공장 온 게 오늘 처음”이라면서 거래처에서 소주를 달라고 하는데 소주가 없으니까 (직접)가지러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류 도매업자 신모씨는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계속 (소주)출하가 안 돼서 오게 됐다”면서 “예전에 화물연대가 카스쪽에서 파업했을 때 (출고를 위해 공장에) 와봤는데 이렇게 계속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9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편의점 트럭이 소주 출고를 직접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유승호·이승재 기자)
 
소주 직접 운반 작업에 편의점 업계도 뛰어들었다. 이날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주요 편의점 소속 납품 차량들은 잇달아 이천공장을 찾았다.
 
이날부터 편의점 소속 트럭이 이천공장을 찾는 횟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게 하이트진로측의 설명이다. 편의점 물류 트럭이 소주 생산공장을 직접 찾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국내 주요 편의점은 지난 7일 화물연대 총파업 영향으로 하이트진로의 일부 주류 제품에 대해 발주를 제한하거나 중단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매출에 영향을 받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이천공장의 소주 출고가 멈추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 8일 공식적으로 출고가 오후 8시30분에 마감됐는데 출고를 원하는 도매업체들이 많아 오후 10시까지 연장 작업을 했다”면서 “물량을 최대한 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유승호·이승재 기자 pe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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