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친윤계(친윤석열)와 비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내부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윤과 비윤의 대립이 지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시절 일어난 계파전쟁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 직후 공천혁신을 둘러싸고 연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 이긴 당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위원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2년 뒤 총선을 일찍부터 대비하는 동시에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당내 중진 정진석 의원은 이 대표의 혁신위 출범을 구성을 두고는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연일 이어져온 이 대표와 정 의원의 설전은 6·1 지방선거 공천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에게 공천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고, 정 의원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나"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의원 30여명으로 구성돼 대통령실, 정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정책 비전과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 '민들레(가칭)'가 오는 15일 발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려진 '민들레' 구성원이 주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함께한 초재선 의원 등 친윤 성향 의원으로 이루어져 과거 보수 정당의 분열을 가져온 계파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 2월24일 제17대 대통령 경선 당시 악수하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사진=뉴시스)
보수정당에게 계파갈등은 고질적인 문제로 작용해왔다. 지난 2007년 역대 가장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으로 꼽히는 '이명박' 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의 대결을 기점으로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사이의 계파 갈등은 극심해졌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출범하자 당내에서는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친박계 모임인 '여의포럼' 등 각종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
두 계파의 충돌은 2008년 18대 총선 공천 심사 과정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을 장악한 친이계 의원들은 김무성,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인사를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켜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공천 탈락자들은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 등을 구성해 총선에 출마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박근혜 당시 의원이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친박계는 당권을 장악했고 그는 지난 총선에 대한 복수로 친이계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다.
계파 싸움은 박근혜정부가 출범 한 후에도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하면서 당 내에는 진박(진짜 친박), '친박감별사' 등의 논란이 일었다. 공천권을 두고 갈등이 일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진박계 중심 공천을 막겠다며 공천 후보자 추천서에 날인을 거부하고 본인의 지역구인 부산으로 홀연히 내려가 이른바 '옥새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선거법상 후보자 추전장에는 당인과 대표 직인 날인이 들어가야 하는데 당시 김 대표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결국 당시 새누리당은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참패를 겪어야 했다.
한편 당내에서도 이같은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우크라이나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들레 모임에) '친윤'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길 부탁한다"며 "친박·진박 논란으로 정권을 잃어버린 우리와 국민께 상처주는 발언"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들레 모임은)자칫 잘못하면 계파 이야기가 나오고 윤석열정부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며 "박근혜정부나 이명박정부에서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당의 분열로 이어져서 정권 연장 실패로 이어진 예가 많고 몰락의 길로 간 예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도가 있는 모임이라면 원내대표로서 앞장서서 막겠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홍준일 정치평론가는 "지금 (국민의힘 안에서) 여러 세력들이 공천을 둘러싸고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민들레'라는 모임이 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필요한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는 형태가 됐다"고 진단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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