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추진위원회 출범식 및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실질적인 사법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올해 전반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으로 활동한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13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해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한 피해자는 그 침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 시 영업상 이익을 침해한 자의 이익액을 피해자의 손해로 추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소송은 영업비밀의 취득, 사용 등의 입증 여부가 소송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침해자가 보유한 침해 및 손해액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소송기간이 장기화되고, 원고의 승소율도 일반민사소송의 절반 수준인 30%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업비밀 중 생산·제조 방법에 대한 침해의 경우 침해자의 사업장에서 이뤄져 영업비밀 보유자가 그에 관한 구체적인 침해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 더욱이 침해소송에서 손해액 산정 시 침해자가 보유한 영업비밀과 관련된 정보를 피해자가 확보해 입증하는 것도 현재 제도상으로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개정된 '특허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서는 특허권·기술탈취 침해소송에서 침해자에게 자신이 부인하는 침해행위를 입증하도록 하고, 침해자가 보유한 증거에 대한 자료제출명령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영업비밀 또한 특허나 기술처럼 권리자나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유사 영역임에도 '부정경쟁방지법'에는 관련 제도가 부재함에 따라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정 의원은 효과적인 영업비밀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 선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영업비밀 보유자가 주장하는 침해형태를 부인하는 침해자에게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침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입증책임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영업비밀 보유자가 주장하는 침해행위의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소송에서 영업비밀 분쟁 침해의 증명 또는 침해행위로 입은 손해액 산정을 위해 도입된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도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 자료제출명령의 불응할 경우 상대방 주장을 진실로 인정하도록 했으며, 소송 과정에서 취득·열람한 영업비밀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했다.
정 의원은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완화해 실질적인 사법구제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 조성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자료제출명령제도의 구체화를 통해 침해의 증명과 유출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공신력 있는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법인의 조직적인 인력유출·영업비밀 유출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개인·법인 양벌규정에서 법인의 벌금형을 3배로 강화하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함께 발의됐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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