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21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이 계속 지연되며 국회가 공전하고 있다. 퍼펙트 스톰(복합위기) 앞에 국회 공백이 이어지자 여야는 각각 TF(태스크포스), 특별위원회를 꾸려 밀린 현안에 대처 중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겠다는 셈이다. 여야는 특위를 통해 '책임지는 집권당'과 '권력견제'의 역할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쟁에 민생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류성걸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물가안정특위) 첫 회의를 가졌다. 최근 소비자물가 급등에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고금리·고유가·고환율 3고 위기 가운데 미 연방준비위원회(FED)도 27여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탭에 돌입하자 현 상황을 '경제위기'로 진단,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물가안정 방안을 마련한다.
물가안정특위 위원장을 맡은 류성걸 의원은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물가와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TF를 구성했다"며 설치 배경을 밝혔다. 이어 고물가와 경기 둔화에 따른 민생경제의 어려움에 앞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날 물가안정특위에 참석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민생 경제가 이토록 어려운데 국회 공백이 장기화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법인세 인하, 고유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유류세 인하 조치 등 모두 법개정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회의 뒷받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없다면 개혁 입법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국회에 발목 잡혀 제대로 일하지 못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국회 공전 상황의 책임을 전 정부와 민주당에게 돌려 압박하고 집권 여당으로서의 역할은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김승희)-교육부 장관 후보자(박순애) 검증 TF 합동회의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한편 국회 원 구성 협상 지연으로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패싱' 될 처지에 놓였다. 이미 김창기 국세청장은 청문회 없이 임명됐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은 일정상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박순애·김승희 후보자가 각각 음주운전 이력과 부동산 갭 투자 논란, 로비스트 활동 의혹 등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며 장관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회 파행에 검증이 불가하다. 법사위원장 자리에 여야가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고위공직자 검증이라는 국회 권리를 스스로 내팽겨친 셈이다.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임명 강행'의 명분까지 내줬다.
이에 민주당은 16일 박순애·김승희 장관 후보자를 자체 검증하겠다며 당내 TF를 꾸렸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전이라도 문제 많은 인사의 검증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며 "김승희·박순애 후보자에 대해 의원들이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있어 면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후보자에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고 이들을 직접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인사청문TF를 발족한 것에 대해 기자들이 질의하자 "원 구성 협상을 해서 상임위 활동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를,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겠다고 하면서 말도 안 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을 보니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라며 "얼마나 궁여지책으로 보이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국회 공전 이면에는 안전운임제 등 민생현안과 계류중인 법안 문제도 쌓여있다.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일간 총파업을 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화물연대 문제도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 연장과 전차종·전품목 확대를 약속하며 일단 유보된 상태다. 언제든 다시 파업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7일 기준 발의된 법안 중 1만794개나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결국 여야가 TF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할 때가 아니라 원 구성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 국회가 실제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국회 장기공전은 결국 여야 둘 다에게 안 좋다. 조속히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물가 문제를 봐라.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라며 "여야가 경각심을 가지고 민생 민생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 이제 민생 법안, 민생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조언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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