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TV드라마, 그리고 영화에서 멜로나 로맨틱 장르를 주로 보는 분들이라면 이름과 얼굴이 분명 낯이 익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그 배우를 찾으라고 하면 사실 어디에 있는지 이상할 정도로 못 찾을 수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정말 영화를 보면 이 배우가 어디에서 어떻게 등장했단 건지 눈을 씻고 봐도 제대로 그리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참고로 이 영화에서 이 배우의 출연 분량이 주인공 다음으로 가장 많을 것이다. 웬만한 장면에선 이 배우가 연기한 배역이 모두 등장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 배우가 잘 보이지 않는단 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갈듯하다. 그건 영화 ‘마녀2’를 보면 반드시 이해가 된다. 이 영화에서 배우 서은수가 등장한단다. 영화 쪽에선 사실 그렇게 낯이 익은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TV드라마에선 말랑거리는 멜로나 로맨틱 장르에서 항상 등장해 왔다. 얼굴만 보면 ‘아 저 배우’라고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런데 ‘마녀2’에 이 배우가 나왔다니 도대체 어디에 나왔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영어로 욕설을 쏟아내고 담배를 꼬나 물고 여기저기 총질을 해대면서 ‘마녀’ 속 주인공 ‘소녀’를 추격하던 초인적인 능력의 소유자 ‘조중사’를 기억하는가. ‘조중사’가 바로 서은수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비주얼 변신이다.
배우 서은수. 사진=하이스토리 디엔씨
서은수가 연기한 ‘조중사’는 군인 출신으로 빠른 판단력 그리고 무자비한 살상 능력을 보유한 ‘본사’ 소속 추격팀의 대장이다. 여성이지만 뛰어난 통솔력으로 남성 대원들을 지휘하면서 뛰어난 능력을 선보인다. ‘마녀2’에선 사실상 주인공 ‘소녀’와 함께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중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이 많은 인물로 등장한다. 동료 ‘톰’과 함께 좋은 호흡을 보인다.
“너무 좋게 봐주셔서 사실 지금도 믿겨 지지 않아요. 기존에 절 아셨던 분들이라면 ‘정말 조중사가 서은수라고?’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으면 했어요. 저도 제가 이런 배역에 어울릴 것이란 생각은 정말 꿈도 꾸지 못했었거든요. 그냥 이런 장르를 즐겨 보긴 했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은 거의 안 했어요. ‘마녀’ 1편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박훈정 감독님이 연락을 주셔서 되게 신기했죠.”
사실 박훈정 감독이 어떤 영화를 준비하는지 또 자신을 만나자고 했는데 어떤 배역의 제안을 할 것인지 등 전혀 모르고 만난 서은수다. 박 감독을 만나기 전 ‘마녀’ 1편을 보면서 너무 재미를 느꼈단다. 여자가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장르가 전무한 상태에서 ‘마녀’ 1편은 그걸 충족시켜줬고 주인공 ‘구자윤’(김다미)의 액션이 너무 통쾌해 막연하게 꿈만 꾸면서 즐거운 감상을 했었다고.
배우 서은수. 사진=하이스토리 디엔씨
“감독님들이 만나자고 하시면 의례적인 미팅이라고 생각을 했죠. 만나자마자 박훈정 감독님이 절 보고 ‘잘생겼다’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리고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읽어보라고 하셨어요. ‘와 캐스팅 제안이구나’하면서 좋았죠. 근데 읽으면서 ‘마녀2’란 걸 알고 놀랐어요. 그리고 이후에 저한테 ‘조현(조중사)을 해볼래’라고 하셔서 더 놀랐죠. 결정되면 연락 달라 하셨는데, 제가 ‘제주에 장기숙박하고 싶다’는 말로 감독님께 합류하고 싶단 말씀을 드렸죠(웃음)”
정말 이를 악물고 준비를 했단다. 일반적으로 배우 캐스팅을 한다면 연출자들은 그 배우의 전작들을 보고 비슷한 배역이나 그 배역에서 뭔가 하나를 끄집어 내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그런데 서은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장르에서 이런 배역을 해보지 못했다. ‘마녀2’의 조중사 캐릭터를 생각할 수도, 떠올릴 수도 없는 배역만 맡아왔었다. 그래서 더 보답을 하고 싶었다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위해 도전을 택한 감독에게 꼭 확신을 주고 싶었단다.
“감독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진짜 농담 아니라 촬영하다가 뼈 하나쯤 부러질 각오로 임했었어요. 원래 운동도 좋아했는데 더 몸을 키우고 체력을 늘려야 해서 닭 가슴살도 엄청 먹고 강도 높은 PT를 정말 많이 했어요. 낮에는 액션스쿨 밤에는 PT로 운동 스케줄을 짰죠. 제주에 내려가 촬영할 때는 매일 홈 트레이닝을 했어요. 톰으로 나온 저스틴과 진짜 운동 많이 했어요(웃음)”
배우 서은수. 사진=하이스토리 디엔씨
태어나 한 번도 만져 본 적이 없는 총기를 자신의 몸처럼 다뤄야 하는 인물이 조중사다. 군인 출신이지만 진짜 전투도 엄청나게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베테랑 느낌이 나야 했다. 그래서 손에서 총을 놓질 않았다고. 무게감이 엄청났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그 무게감이 조금씩 적어지기 시작했단다. 그럼에도 손에서 익숙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잘 때 머리맡에 총을 두고 잘 정도였다고.
“자다가 깨도 총을 만지면 익숙한 느낌이 들게 하려고 저 나름대로 노력을 했던 거죠(웃음). 진짜 손에 익히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총소리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격발할 때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와~. 연발로 쏠 때는 귀마개를 안 하면 머리가 아플 정도였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너무 많이 하니깐 소리도 귀에 익더라고요. 하하하. 초반 촬영에선 총을 쏠 때 눈도 깜빡였는데 중반부턴 그런 것도 많이 없어졌어요.”
가녀린 몸매로 웬만한 남자보다 더 강한 전투력을 진짜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서은수가 연기한 ‘조중사’는 대사의 절반 이상이 영어다. 그리고 그 영어 대사도 대부분이 욕설이 섞인 비속어 영어다. 그냥 성별만 여성이었지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평생을 살아온 군인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마녀2’ 속 조중사 외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캐릭터다.
배우 서은수. 사진=하이스토리 디엔씨
“제가 생각한 ‘조현’이란 인물은 항상 날이 서 있는 사람이었어요. 군인이기에 남다른 체력과 본능도 있었지만 지금은 본사 소속의 추격대 역할이라 목표가 생기면 앞뒤 안보고 달려드는 킬러 본능도 있어야 하고. 거침없는 성격이라 욕설이나 행동도 하고 싶은 대로 막하잖아요. 하지만 민간인은 건들지 않는 원칙도 있어요. 술 담배 욕설 선글라스 총 칼 등 영화에서 멋져 보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춘 인물이에요. 진짜 매력 있었죠. 하하하.”
제주도에서 총 4개월 가량 촬영을 하면서 지냈다. 진짜 군인처럼 보여야 했다. 흙바닥 구르고 넘어지고. 어느 순간 서은수는 진짜 ‘조중사’가 돼 있었다. ‘마녀2’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전부 다 쏟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계의 매력은 영화가 끝이 나니 보이나 보다. 그는 ‘조중사’란 인물의 얘기에 더 매력이 생긴 것 같았다. 기회가 된다면 3편이 등장하기 전 어떤 방식으로든 ‘조중사’의 뒷얘기를 해보고 싶단 소망을 전했다.
배우 서은수. 사진=하이스토리 디엔씨
“사실 ‘마녀2’를 보시면 조중사는 이종석 선배가 맡은 ‘장’과 깊은 관계로 얽혀 있는 걸 알 수 있으실 거에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선 그렇게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 장면이 거의 없어요. 장과 같은 편인 것 같은데 영화에선 반대편에 선 인물처럼 보이고.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되게 궁금해 지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그 얘기를 풀어가는 것도 되게 흥미롭지 않을까 싶어요. 해보고 싶냐고요? 당연히 하고 싶죠(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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