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서울에서 남들보다 싼 아파트가 있다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본동신동아 역시 역세권 아파트인데도 역을 걸어 다니기 힘든 언덕에 자리한 30년 넘은 구축이란 단점 때문에 주변 아파트들보다 쌉니다. 하지만 재건축 논의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실제 삽을 뜨기까지 너무 멀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재건축 효과는 클 것이고 시세에도 반영될 것입니다.
이중주차도 힘든 언덕배기 구축
서울 동작구 본동에 위치한 본동신동아아파트는 1993년 준공해 30년을 넘은 구축입니다. 본동과 흑석동과 상도동을 끼고 있는 고구동산 자락 언덕에 9개 동을 지어 765세대가 모여 삽니다. 산 아래로 상도터널이 지나가는 옆자리입니다.
한눈에도 높은 지대에 평탄화 작업이 없던 시절에 지은 아파트라 단지 안에서만 봐도 높이가 확연히 다릅니다. 아랫동과 윗동의 높이 차이가 제법 큽니다. 그래서 단지 입구에서 9호선 노들역과 250여미터 거리밖에 안 되지만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역으로 내려가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올라오는 건 힘드니까요.
언덕의 구축 아파트라면 걱정해야 할 게 또 있습니다. 주차입니다. 당연히 주차공간이 부족해 이중주차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경사가 있다 보니 이중주차 차량을 뺄 때 전화를 해야 합니다. 평지의 아파트 주차장이라면 이중주차 차량이 가로막고 있어도 중립 기어 차량을 손으로 밀고 자기 차를 빼면 되지만, 이곳은 경사 때문에 사이드 브레이크 상태로 이중주차를 하기 때문입니다. 본동신동아를 평가할 때마다 지적되는 단점입니다.
다만 부동산 포털에 공개된 주차 가능 대수보다는 더 많이 수용합니다. 네이버부동산엔 본동신동아의 주차대수가 492대, 세대당 0.64대로 나와 있는데요. 이것은 지상만 헤아린 수치입니다. 여기엔 지하주차장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근처에 있던 수도방위사령부 때문에 만든 지하 방공호입니다. 수방사는 이전했고 단지 3곳에 만든 방공호는 주차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 면적에 200대 정도를 추가로 주차할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연결되지 않습니다.
서울 동작구 본동 본동신동아아파트. 단지 아래쪽에서 윗쪽 동을 보면 부지 높이가 확연하게 차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차장도 경사가 있어 이중주차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사진=김창경 기자)
방공호로 쓰던 지하 대피소를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단지 내 3곳이 있다.(사진=김창경 기자)
단지 내 상가가 부지에서 가장 높은 후문 쪽에 자리해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편이다. 근처에 대형 마트가 없는 것도 취약점이다. (사진=김창경 기자)
국평 11억…37평도 11억?
역세권이지만 언덕에 있는 30년 구축. 공동난방. 주차난. 이같은 약점이 도드라져 본동신동아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들에 비해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습니다.
최근 국평(전용면적 84㎡) 실거래는 지난 7월에 4건이 기록돼 있습니다. 9억원(2층)부터 9억5000만원입니다. 9억원대 거래는 7월에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최저가 매물은 10억3000만원이고 비교적 괜찮은 동호수는 11억원을 넘습니다. 그나마 매물이 많지도 않습니다. 최고가 기록은 2022년 5월에 나온 11억5000만원입니다.
언덕 넘어 7호선 상도역 앞에 있는 6년차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만 해도 16억대 중후반이니까 차이가 제법 큰 편입니다. 본동신동아 후문에서 상도역까지 거리는 길을 따라 700미터 정도입니다. 언덕을 넘어 걷기엔 먼 거리이지만 역시 마을버스가 오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보다 큰 124㎡(전용 107㎡)형 시세가 국평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본동신동아에선 40평이라고 부르는 37평 중 현재 1층 매물 호가가 10억5000만원으로 가장 낮습니다. 11억원대 초반이면 적당한 동호수 매물을 찾을 수 있으니 국평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12억5000만원 실거래가 한 건 나왔는데, 이전까지는 올해 내내 10억대 중반이었고 아직 11억원대 매물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세대수도 전용 84㎡형(228세대)보다는 전용 107㎡형(264세대)이 더 많고, 전용 107㎡형만 계단식이고 나머지는 복도식 건물이니까 이곳에서라면 국평에서 눈높이를 조금 높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단지 정문과 후문에 있는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9호선 노들역과 1호선 노량진역, 대방역까지 갈 수 있다. 반대편에서 타면 7호선 상도역이 멀지 않다.(사진=김창경 기자)
본동신동아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 추진을 놓고 투표했다. 재건축을 선택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한다.(사진=김창경 기자)
본동신동아아파트의 길 건너편, 노량진로와 접해 있는 본동 일대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지구로 정비될 예정이다. 개발 예정지에서 바라본 본동신동아아파트.(사진=김창경 기자)
재건축으로 ‘턴’…동작구, 종상향 등 지원
이곳에서 본동신동아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저렴한 시세 외에도 재건축이 이제 막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본동신동아는 재건축 연한이 됐지만 용적률이 237%로 높아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까진 리모델링 얘기만 나왔습니다. 그러다 전격적으로 재건축으로 돌아서게 된 것은 서울시와 동작구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주 22일엔 동작구청에서 담당자가 나와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적극 지원할 테니 재건축을 추진하라”는 말도 나왔다고 합니다. 여기엔 종상향, 용적률 지원도 포함됩니다.
윤석열 정부는 역세권 아파트들의 정비사업에 용적률을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본동신동아는 500%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구청에선 종상향을 언급했으니 이에 따르면 3종 주거지역을 적용해 300%, 여기에 몇 가지 인센티브를 더해 대략 340%가 예상됩니다.
본동신동아의 경우 평탄화 작업이 필수여서 건축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용적률을 어느 정도까지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 조건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앞에 있는 한 동짜리 극동강변아파트와 통합 재건축 의견도 나오고 있어 변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 쪽이든 재건축이 가능한 것은 분명해 주민들도 리모델링 추진에서 재건축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일단은 내년 안에 재건축 조합 추진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노량진뉴타운 개발이 본격화됐고 뉴타운과 본동신동아 사이는 한강 지역주택조합이 아파트를 지을 예정입니다. 본동신동아 건너편은 이미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노량진부터 본동까지 일대가 재개발로 들썩이기 시작하면 이곳도 재건축 사업에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아직은 먼 미래지만 그때까지 ‘몸테크’를 각오할 수 있어야 서울에서 여의도, 마포가 멀지 않은, 아파트에서 한강 불꽃축제를 볼 수 있는 곳에 남들보다 돈을 덜 들이고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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