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알려진 게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이름뿐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조차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예명 같은 이름이고 가명 같은 느낌이었다. 사진이 한 장 공개됐는데 어렴풋한 느낌의 이미지였다. 도대체 누구일까. 존재하는 인물일까. 갖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충무로 최고 흥행 시나리오 작가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해 낸 영화 감독으로 변신한 박훈정 감독이 선보인 ‘마녀 시네마틱유니버스’의 첫 번째는 배우 김다미가 주인공이었다. 김다미는 이후 충무로 방송계 최고 블루칩이 됐다. 1편의 흥행 이후 ‘마녀’는 시리즈로 확장됐다. 2편은 더욱 폭이 넓고 깊어졌다. 주인공은 김다미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선택됐다. 무려 1408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박훈정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건 가장 완벽한 신인 신시아였다. ‘가장 완벽한’이란 타이틀은 신시아가 ‘마녀2’ 출연 이전까지 그 어떤 매체에도 공개가 안된 그야말로 ‘완전 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정보도 노출되지 않았다. 누군지 알 수도 없었다. ‘마녀2’ 속 신시아가 맡았던 ‘소녀’란 인물도 그래야 했다. 그걸 따지고 보면 박훈정 감독에게 ‘마녀2’의 주인공은 신시아 뿐이었을 수도 있었을 듯싶었다. 신시아와 ‘마녀2’의 ‘소녀’는 어쩌면 운명이었을 것이란 얘기다.
배우 신시아. 사진=앤드마크
별 것 아니지만 이름이 궁금했다. ‘신시아’란 이름. 배우 생활을 위해 지은 예명 같다. 하지만 본명이란다. 뜻 풀이도 아주 좋다. 그리고 별 내용 아닐 수 있지만 신시아는 형제가 없는 무남독녀 외동딸이란다. 그러니깐 배우, 즉 연기는 이번 ‘마녀2’가 처음이다. ‘마녀2’ 속 신시아가 연기한 ‘소녀’는 연구소에서 평생을 갇혀 지내다 세상 밖으로 나온 인물. 모든 게 처음이다. 자연인 ‘신시아’와 솔직히 꽤 닮은 구석이 많았다.
“어떻게 보니깐 또 그런 것 같아요(웃음). 대학교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생소함은 없었지만 실제 작품 출연은 ‘마녀2’가 처음이에요. 제가 초능력 히어로 장르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마녀’ 1편도 되게 재미있게 봤어요. 그러던 중 ‘마녀2’ 오디션 공고를 보고 ‘지원’해 봤는데 온라인 오디션에서 3차 대면까지 올라가더라고요. 그때 감독님 처음 뵙고 이후 몇 차례 더 진행되면서 계속 보다가 캐스팅이 됐어요. 되게 신기했죠. ‘어? 내가?’ 이랬어요(웃음)”
배우 신시아. 사진=NEW
신시아는 현장 경험이 이번 ‘마녀2’가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촬영에 대한 걱정이나 그 외에 다른 부담감이 사실 크게 없었단다. 현장에 대한 어렴풋한 이미지라도 있어야 했는데 그것조차 없으니 오히려 긴장이나 부담이 없었다고. 그런 신시아를 위해서였을 듯하다. ‘마녀2’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촬영 방식이 독특했다. 극중 신시아가 연기한 ‘소녀’의 감정선을 위해 박훈정 감독이 특별한 결단을 했다.
“감독님이 크게 배려해 주신 걸로 알아요. 영화 속 시간 흐름대로 촬영을 진행해 주셨어요. 낯선 환경에서 제가 제대로 잘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신 걸로 알아요. 저도 현장이 처음이고 그러다 보니 영화 속 ‘소녀’의 감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소녀’도 세상이 처음이잖아요. 그런 걸 실수 없이 잘 이끌어 가라고 해주신 결단 같으셨어요.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배우 신시아. 사진=NEW
전혀 경험이 없었지만 그래도 기대가 됐던 부분은 있었다. 초능력 히어로 장르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기대감이었다. 극중 ‘소녀’가 선보일 무지막지한 전투력과 능력치를 뽐내는 장면이었다. ‘마녀2’ 세계관에서 신시아가 연기한 ‘소녀’는 사실상 넘버원이었다. 때문에 뭔가 특별하게 움직임을 하지 않아도 모든 인물들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넘사벽’ 능력을 선보인다. 그런 기대치 때문에 신시아도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다고.
“사실 저도 액션스쿨에서 뭔가 트레이닝을 하고 그런 상상을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어요(웃음). ‘소녀’는 너무 강한 능력 때문에 다른 출연자 분들을 제압할 때 굉장히 간결한 움직임을 선보이기만 하면 되요. 동작이 별로 안 커요. 굳이 준비를 했다면 마블 영화나 초능력 히어로 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행동을 참고한 정도에요. 근데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니 진짜 멋지긴 하더라고요.”
배우 신시아. 사진=NEW
즐겁고 또 신기하면서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렇게 되고 싶었던 배우의 첫 발을 내딛게 된 셈이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궁금하고 풀리지 않는 벽을 만날 때는 한때 같은 소속사였고 함께 ‘마녀’로 데뷔를 한 것이나 다름 없는 선배 김다미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었다고. 지금은 소속사가 바뀌었지만 김다미는 이번 2편에서도 신시아와 함께 출연한다. 신시아는 외모적으로도 김다미와 많이 닮아 팬들에게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다미 언니하고 비슷하단 얘기를 꽤 들었는데 언니가 어떨지 모르지만 전 너무 기분이 좋죠. 제가 ‘마녀2’ 캐스팅이 되기도 전에 언니가 소속돼 있던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을 하게 됐었어요. 그리고 ‘마녀2’에 출연이 결정돼 너무 놀랐죠. 정말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언니에게 달려가 이것저것 진짜 많이 물어봤어요. 그때마다 언니는 이미 제 걱정을 다 알고 있단 듯이 너무 잘 들어주시고 조언해 주셨어요. 정말 현장에서 언니의 존재 만으로도 너무 큰 위로가 됐었어요.”
배우 신시아. 사진=NEW
현재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4학년 재학 중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 직전 자신이 꿈꾸던 작품 세계에 발을 내 딛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우연히 가족과 함께 봤던 뮤지컬 ‘카르멘’이 지금의 배우 신시아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건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웃는다. 자신이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곤 꿈도 꾸지 않았었다고.
“’카르멘’을 본 게 6년 전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마녀2’ 출연 배우로 기자님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있잖아요. 되게 신기하죠.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전율 같은 게 온 몸에 왔었던 걸 느꼈죠.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보고 또 본 게 5번인가 그래요. 그 이후 뮤지컬 연극 등을 가리지 않고 봤어요. 그때 처음으로 저 안에서 내가 있을 수 있다면 직업으로 삼아도 후회가 안될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배우 신시아. 사진=NEW
처음 부모님은 무남독녀 외동딸이 연기를 그저 취미로만 해주길 바랐지만 진심을 알게 된 뒤 현재는 가장 큰 팬이 됐다고 한다. 20대 초반의 소녀적 감성이 여전히 물씬 풍기고 있었지만 들뜨지 않고 또 특별히 자신만만해 하지도 않고 자신이 해오던 걸 해 나가려고 한단다. 우선은 졸업이 우선이니 열심히 학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마녀2’가 개봉을 했으니 극장에서 열심히 보면서 관객 숫자를 채울 생각이라며 웃었다.
“우선 지금 제가 4학년이라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열심히 학업도 집중해서 올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싶어요. 그리고 좋은 작품 있으면 또 다른 모습의 배우 신시아를 보여드리고 싶고요. ‘마녀2’가 흥행하면 3편에선 또 제가 등장하게 될지, 등장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즐겁게 상상하려고요. 또 그리고 개봉도 했으니 열심히 극장에서 보려고요. 저라도 열심히 관객 수 증가에 작은 힘 좀 보태고 싶어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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