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정부의 문재인정부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이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적폐청산 수사" 44.4% 대 "정치보복 수사" 43.8%로 팽팽했다. 윤석열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비롯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결과 번복 등 문재인정부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하나둘 꺼내들며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은 수사 칼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할 수 있다며 명백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반면 여권은 잘못에 대한 당연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2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1~22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1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정부의 문재인정부 수사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4.4%가 '적폐청산 수사'로, 43.8%는 '정치보복 수사'로 인식했다.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한 층은 11.8%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곧 출범 두 달차에 접어들게 되는 윤석열정부의 보폭은 빠르다. 특히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는 백운규 전 장관에 이어 청와대 출신 박상혁 민주당 의원까지 수사선상에 올리면서 청와대 윗선을 향해 칼끝을 겨냥했다. 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전임 정부의 '월북' 판단을 뒤집어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이로 인해 서훈 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국민의힘은 당시 청와대 회의록 등 대통령기록물의 공개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정부 때는 (전 정부 수사)안 했냐"며 정치보복 수사라는 민주당 주장을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에서 정권 교체되고 나면 형사사건 수사라고 하는 것은 과거의 일을 수사하지, 미래의 일을 수사할 수는 없지 않나. 과거의 일부터 수사가 이뤄지고 조금 지나가고 나면 현 정부도 수사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냐"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조사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40대와 50대에서는 '정치보복 수사'로, 60대 이상에서는 '적폐청산 수사'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40대 '적폐청산' 32.6% 대 '정치보복' 59.1%, 50대 '적폐청산' 41.7% 대 '정치보복' 50.7%로, 정치보복이라는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20대도 '적폐청산' 37.4% 대 '정치보복' 43.6%로, '정치보복'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적폐청산' 56.5% 대 '정치보복' 29.3%로, '적폐청산'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30대에서는 '적폐청산' 46.3% 대 '정치보복' 45.0%로, 두 의견이 팽팽했다.
지역별로는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을 비롯해 강원·제주에서 '적폐청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호남에서는 '정치보복'으로 보는 평가가 우세했다. 대구·경북 '적폐청산' 59.8% 대 '정치보복' 25.7%, 부산·울산·경남 '적폐청산' 47.2% 대 '정치보복' 36.3%, 강원·제주 '적폐청산' 60.0% 대 '정치보복' 33.9%였다. 반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광주·전라에서는 '적폐청산' 24.2% 대 '정치보복' 63.2%로, '정치보복'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기·인천의 경우 '적폐청산' 41.1% 대 '정치보복' 46.5%로, '정치보복' 응답이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서울과 대전·충청·세종에서는 두 의견이 팽팽했다. 서울 '적폐청산' 46.1% 대 '정치보복' 44.1%, 대전·충청·세종 '적폐청산' 45.6% 대 '정치보복' 48.2%였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중도층의 경우 '정치보복'이라는 응답이 오차범위 안에서 다소 앞섰다. 중도층 '적폐청산' 38.6% 대 '정치보복' 43.8%였다. 보수층 '적폐청산' 74.4% 대 '정치보복' 16.4%, 진보층 '적폐청산' 12.9% 대 '정치보복' 78.0%로, 진영별로 윤석열정부의 문재인정부 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랐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지지층 '적폐청산' 83.4% 대 '정치보복' 4.8%, 민주당 지지층 '적폐청산' 5.0% 대 '정치보복' 87.6%로, 지지정당별로 평가가 상반됐다.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60명이며, 응답률은 2.1%다.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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