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경제위기대응특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했다. 특히 고물가를 노동자의 임금 상승과 연계시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물가 상승을 임금상승 탓이라고 하는 것이냐”, “고물가에 임금노동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 등과 같은 날선 지적이 쏟아졌다. 당 지도부도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가계부채 상황 파악을 위한 금융위원회 간담회 등 경제위기 관련 일정을 소화하면서 민생 챙기기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은 민생경제를 챙기고 경제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을 윤석열정부에 지속적으로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양보하며 공전 중인 국회 정상화에도 나섰다. 민생경제·경제활력을 위해 국회 차원의 입법 사항 등을 꼼꼼히 챙기는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변신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경제위기특위)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경제위기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고환율·고금리·고환율 3중고를 겪으며 경제위기가 현실화됐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계속해서6%대 고물가 시대가 예측된다. 이는 1998년 11월(6.8%)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의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철인 7월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민생고가 가중될 예정이다. 고환율로 인한 기업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계부채 위험도 높아졌다.
경제위기특위원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은 이날 “3고 위기로 민생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한 이전의 위기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것인데, 현재의 위기는 코로나19 회복기에 들어선 지난해부터 예견됐다는 측면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분히 예견된 위기였는데 이것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3개월이 넘었고, 취임하고 50일이 지났는데 즉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비상경제대책회의가 하나도 없는 게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2008년 경제위기 때만 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수시로 물가대책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 마디 내놓고 관련 대책회의 한 번을 개최하지 않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 뒤 경제 관련 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1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었지만 추 부총리가 주재했다. 윤 대통령이 같은 날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인근 주민과 어린이, 소상공인 등을 초대해 ‘집들이 행사’를 연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대통령이 비상경제장관회의 대신 집들이를 열었다며 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후 지난 23일 2차 비상경제장관회의가 열렸지만, 역시 추 부총리가 주재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대통령도 없고 총리도 없는 회의가 진행됐다”며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민생 피해가 심각히 예견되는데, 장관들이 모여서 이 정도 의논하는 것이 경제 비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방침도 ‘엉터리’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위기일수록 민간과 시장 주도로 경제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시장위기라고 하면 시장이 스스로 역할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전 세계가 똑같겠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장에서 일어난 위기를 정부가 방치한 채 시장 주도로 해결하라는 역설에 대한 지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민주당이 분노한 지점은 윤석열정부가 고물가 위기를 노동자의 임금 상승과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추 부총리는 전날 물가상승에 따라 임금이 상승할 경우 다시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해 논란을 부추겼다.
김 의원은 “물가도 오르고 기름값도 오르고 다 오르는데 임금만 인상을 안 하면 그 고통을 임금노동자가, 국민들이 홀로 감수하라는 이야기 아니냐”며 “정부 당국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또 “임금을 자제하라는 것은 마치 물가상승 원인을 고임금에 전가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태호 의원은 “국내총생산에서 분배되는 구조를 보면 최근 20년 동안 가계소득은 계속 하향했고, 기업쪽으로 분배되는 것은 계속 상승했다. 그게 결과적으로 성장에 제약을 준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보면 그런 이야기(임금상승이 물가상승에 영향)를 하지만 길게, 거시적으로 보면 맞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용우 의원은 “임금을 자제하면 노동자들이 힘들어질 뿐 아니라 경제도 악순환에 빠진다”며 “소비가 줄기 때문에 이런 국면일수록 소득을 보존해 내수를 보완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문재인정부의)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수단은 지금 써야 하는 것”이라고 정부 역할론을 당부했다.
한편, 당 지도부도 이날 경제위기 관련 일정을 소화하면서 민생 챙기기에 전력을 다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중소기업들을 찾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원자재를 가공해 공급하는 중소기업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납품단가 연동제 문제를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약속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계약기간 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될 경우 이를 반영하여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중소기업 보호제도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가계부채 상황 파악을 위한 금융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며 ‘유능한 민생정당’으로의 변신을 꿰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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