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서 기자] 경역 악화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특히 '호화청사 매각' 주문을 두고 불합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청사 이전에만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반면, 현 청사 매각과 입주 부지 선정 등 과정에서 자칫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호화청사' 낙인과 관련해 불필요한 유휴재산이 많지 않아 지자체 청사를 처분하지 않는 한 ‘호화 청사 매각’은 사실상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와 부채비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요금 인상만이 해법인 상황에서 알아서 개선하라는 주문은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200%가 넘는 부채비율과 수 조원 규모의 적자 사태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뒤로한 채 '방만 경영' 프레임을 씌운다는 거부감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한국전력(223.23%), 지역난방공사(257.47%), 코레일(287.32%)의 부채비율은 20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관은 정부가 최근 선정한 재무위험기관 14곳에 포함된 공공기관이다.
지난해 기준 35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583조원으로 2016년 말(499조4000억원)과 비교해 16.7% 늘었다. 같은 기간 인력은 32만7000명에서 44만3000명으로 11만6000명 증가했다. 이는 전체 공무원의 3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2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자산도 급증한 만큼 부채만을 부각시키고 있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공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 내용을 보면 전체 공공기관의 자산 규모는 969조원으로 8.0%(71조4000억원) 늘었다. 예컨대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자산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16조3000억원 증가한 바 있다. 보금자리론 등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자산은 전년보다 8조원 급증한 규모다.
당시 한국전력의 자산도 8조원 늘었고 한국도로공사도 4조2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가 늘어난 점도 공공의 역할인 투자·사업 재원 마련을 위한 통상적 차입 등으로 늘었다는 게 당시 기재부 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가 괜찮다던 당시 기재부의 입장과 달리 정권이 바뀌면서 "'방만경영 프레임'로 경영 악화 사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건비 상승률과 관련해서도 나라살림연구소 측은 일반기업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론이다. 일반기업의 인건비 상승률을 보면 지난 2018년 3.5%, 2019년 4%, 2020년에는 3.6% 수준이다. 이에 반해 공공기관 전체 상승률은 2018년 1%, 2019년 -0.2%, 2020년 1.7% 수준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 등 불가피한 외부 요인을 떠나 공공요금 인상을 기피하는 정부 책임도 적지 않다는 데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만 경영을 혁신하겠다며 공기업을 겨냥해 왔다”며 “특히 정권마다 개혁 방향도 다 달랐다. 정부 기조에 휘둘리다보니 중심을 잡지 못한 문제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사태 등을 보면 정부 기조가 공기업 재무에 어떻게 악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방만 경영이라고 개혁 의지가 없다고 몰아가는 것은 반발심만 키우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정부가 청사 매각을 빌미로 재정을 충당하려는 '꼼수'라는 시선도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현재 중복인력을 줄이기 위한 통합을 할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자산 매각인데 매각할 자산이 청사밖에 없는 것도 문제”라며 “지자체가 청사를 이전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호화 청사를 매각하라는 것은 사실상 말장난이라고 본다”고 비난했다.
이어 “청사를 팔기 싫으면 알아서 개선하라는 뜻으로 본다. 적자와 부채비율을 개선하려면 공공요금 인상이 필수인데,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면 또 자산 매각으로 이어진다. 개혁이 아니라 악순환의 반복”이라며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하는데 우리는 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정부가 내놓을 공공기관 혁신 방안에 따라 개선 방향을 급선회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사안에 따라 공공노조와의 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7월 초 발표에서 다소 늦어지는 분위기인데, 현재로선 정부가 제시하는 방향에 따라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복지나 업무 관련 분야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면 노조와 협의가 어떻게 이뤄질 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역 악화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방만 경영 프레임을 씌운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방향 규탄 공공노동자 기자회견.(사진=뉴시스)
세종=김종서 기자 guse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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