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끝나지 않은 문재인·박근혜정부…정쟁 중심 선 전직 대통령
여 "문재인정부 실정" vs 야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
두 전직 대통령, 여야 '상대방 때리기'에 정치권 또 소환
2022-07-22 15:42:25 2022-07-24 17:43:13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김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원구성에 합의한 뒤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청와대를 떠난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정치권 중심부에 다시 소환되고 있다. 최근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정쟁에 두 대통령을 끌어들이며 일어난 현상이다.  
 
여야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전 정부 카드를 잇따라 꺼내며 격돌했다. 윤석열정부가 임기 두 달 만에 국정운영 지지율이 30% 초반대까지 추락한 뒤 국민의힘은 새 돌파구 마련을 위해 현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지목했다. 이에 민주당은 가만히 있지 않고 5년 전 탄핵당한 박근혜정부의 사례를 윤석열정부에 적용하며 맞불을 놨다. 여당으로서는 새 정부 기조에 힘을 싣기 위해 문재인정부 비판을 마다치 않고 있고, 야당 역시 현 정부의 실정을 지목하는 연장선에서 박근혜정부를 언급하는 형국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 국회 교섭단체연설의 키워드는 전 정부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교섭단체연설에서 "엄격한 공사 구분은 공직자에게 더구나 대통령에겐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며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비리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경고했다.
 
문재인(왼쪽) 전 대통령과 김정숙(가운데) 여사, 박근혜(오른쪽)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0일 오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 신모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직원, 윤 대통령 외가 6촌, 극우 유튜버의 누나, 윤 대통령 40년 지기의 자식,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추천한 인사 등 '사적 채용'으로 논란을 빚자 이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낸 것이다.
 
탄핵이라는 단어는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선고를 받고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날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를 방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촛불 민심에 의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탄핵'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새 정부를 향한 민주당 지도부 발언이 매우 거칠다. 출범한지 불과 두 달 밖에 안 된 정부에 탄핵을 운운한 건 나가도 너무 나간 처사"라며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2017년 3월10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이에 그치지 않고 문재인정부를 입에 올리며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권 5년의 정책 실패 청구서를 국민에 떠넘기고 나몰라라 하면서 현 정부 탓만 한다"며 "문재인 민주당 정권은 임기말 40% 지지율에 취해 싸늘한 바닥 민심을 무시했다. 5년 내내 극렬한 지지층만 의식한 정책 폭주와 오만, 독선을 보인 결과는 대선, 지방선거 패배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교섭단체연설에서도 문 전 대통령을 총 16번 언급하는 등 연설 상당 부분을 문재인정부 비난에 쏟았다.
 
그러자 민주당도 발끈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연설 이후 브리핑에서 "권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 정부 탓으로 이어갔다. 3중고의 민생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의 실정과 책임은 철저히 외면한 뻔뻔한 연설"이라며 "시종일관 '문재인정부 때리기'로 국정난맥을 감추는 데만 골몰한 연설이었다. 국민의 매서운 평가는 외면한 채 문재인 정부 탓만 하는 후안무치한 연설은 정부여당의 무대책, 무책임만 부각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정부는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서도 여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가 당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며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미 당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사건을 다시 들추는 것은 명백한 '문재인 겨냥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과거 전례를 봐도 여당과 야당의 처지는 다소 다르다. 집권 여당의 경우 국민들로부터 더 욕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지지율 급락 상태인 윤석열정부는 사실상 탄핵 상태에 놓인 게 맞지 않느냐. 야당인 민주당으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으로 윤석열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했다. 이어 "다만 국민의힘은 과거 야당 때도 문재인정부 비판에 몰두하지 않았나. 이번 역시 '남 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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