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탈피해야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중국 수입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탈중국을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수입 시장 내 한국의 점유율은 8.0%로 2017년과 비교해 1.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중국의 10대 수입국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며, 중국과 무역 분쟁을 겪은 미국의 수입 시장 점유율 하락 폭인 1.7%포인트보다도 크다.
한국은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중국 수입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 대만에 점유율 1위를 내준 것에 이어 지난해에도 대만(9.4%)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자 중국의 수입 10대 품목인 비메모리 반도체, 전자집적회로, 무선통신기기 부품 등 4개 품목 중 전자집적회로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품목은 2017년~2021년 점유율이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는 컴퓨터와 주변기기, 통신장비, 전자 부품 등 정보통신(ICT) 제품군 수입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0.5%에서 2021년 17.9%로 감소하면서 주요 국가 중 가장 큰 하락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대만과 아세안의 수입 점유율은 각각 5.6%포인트, 1.9%포인트 증가하면서 이들 지역이 한국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생산 거점 측면에서는 대만이 아시아권에서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가장 유력한 국가란 분석도 나왔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의 뉴노멀과 우리의 대응'이란 보고서는 기존 아시아의 생산 거점이었던 중국을 대체할 유망 공급망으로 대만이 가장 유력하고, 이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순으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만은 아시아 주요국 중 지난 2017년 이후 역내 무역 비중이 V자 반등을 이루면서 최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0년 역내 무역 규모도 절대적으로 크다. 아시아권 내 무역 규모는 2020년 기준 대만이 4239억달러, 말레이시아가 2937억달러, 인도네시아가 2092억달러다.
또 대만은 그린필드 해외직접투자(FDI) 비중과 최종재 생산을 위한 역내 부가가치 비중 모두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가장 유력한 신규 거점으로 평가됐다.
연구원은 권역별로 기존 거점을 대체할 수 있는 유망 신규 거점을 확인하기 위해 △역내 무역 비중 △그린필드 FDI △거점국의 최종재 생산을 위한 해당 권역 내 부가가치 등을 기준으로 실증 분석을 진행하고, 이들 3개 지표의 지수가 상승하면 생산 거점의 지위가 강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며 "각 권역 내 핵심 소재·부품·장비 가치사슬 구조상 '허브 국가'를 발굴하고, 대체할 수 있는 공급선을 확대해 나가는 등 생산 네트워크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중장기적으로 탈중국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수출액은 814억달러로 전체 수출액 3503억달러 중 23.2%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수출액은 지난 2018년 상반기 792억달러를 넘는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이며, 미국(550억달러)과 유럽연합(340억달러)을 합한 수출액보다 비슷한 수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워낙 의존도가 높아 당장 탈중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과 수입 모두 점진적으로 보면 벗어나야 할 부분이 있다"며 "그래도 당분간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빠르게 올라오는 다른 국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해훈·신태현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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