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오른쪽) 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장윤서 기자] 민주당 차기 당대표 유력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셀프 공천'을 뒷받침하는 주장들이 추가로 제기됐다. 논란은 최근 이 의원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폭로로부터 시작됐다. 조응천 의원을 비롯해 당시 비대위원들이 전후 과정을 똑같이 설명한 가운데, 박 전 위원장과 비대위를 이끌었던 윤호중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고집하자 당의 요청이 아닌 개인적 출마선언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원 의원에 이어 설훈, 박용진 의원 등 당대표 도전자들도 이 의원의 해명을 촉구하며 연합 전선을 꾸렸다. 당사자인 이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친이낙연계로 시종일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해왔던 설훈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느닷없이 (이 의원이)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하고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고, 공천과정이 누가 봐도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 박 전 위원장의 폭로를 보니 이러한 흑막이 있었구나 싶다"며 "해명이 정확하게 나와야 되는데 아직도 안 나오고 있는 게 이상하다. (셀프 공천 요구가 사실이라면)당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또 "그렇게까지 해서 국회의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불러서 나왔다고 했던 이 의원의 주장과 다르게 당에 불러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자신의 공천 문제조차도 압력을 가하고 셀프 공천으로 갈 수 있었다면, 총선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됐을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사감공천, 공천에 대한 부당개입 등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차기 당대표가 사실상 22대 총선 공천권을 쥔다는 점에서 소속 의원들의 공천 불안을 정면으로 자극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 접수처에 당 대표 예비 경선 후보자 등록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본인을 계양을로 '콜'해 달라고 직접 전화해 압박을 한 부분도 있다"며 "호출을 안 하면 당장 손들고 나올 기세로 말해 공천 결정을 했지만, 그 후 옳지 않다는 판단에 지금까지도 후회하는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이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이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성남 분당갑 대신 인천 계양을을 택한 것이 논란이 되자 '당의 요구'를 출마 배경으로 들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어렵사리 생환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그의 명분 없는 계양을 출마를 지방선거 참패와 연결시키며 책임을 추궁했다.
박 전 위원장 폭로 직후 강병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전 위원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의 그동안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얘기가 된다"며 "이 의원은 공천에 대한 상세한 입장을 밝히고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고,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조응천 의원은 "비대위 시절 박 전 위원장이 다른 안건에 대해선 저와 의견을 함께 했으나, 유독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컷오프 결정 번복과 이 의원의 공천에 대해선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집요하게 집착했다"며 "이제야 당시 상황이 이해가 된다"고 말해 박 전 위원장 주장을 사실상 뒷받침했다.
조 의원은 특히 당시 구체적 정황도 설명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5월6일 비대위 모두발언으로 '이 의원이 6월 보궐선거에 나와야 할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도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던 날, 사전 비공개 회의에서 모든 비대위원들이 극구 만류했다. 처음에는 반대 의견에 수긍했던 박 전 위원장이 이어진 공개 회의에서 발언을 강행해 모두를 경악케 했던 일도 이제 이해가 된다"고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전직 비대위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 의원이 말한 게 맞다. 사전 비공개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이 만류하자 박 전 위원장이 '그럼 안 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공개회의에서 이를 번복하고 이 의원의 출마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전후 과정을 설명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증언도 이어졌다. 재선의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윤호중 당시 비대위원장도 계양을에 한사코 출마하겠다는 이 의원과 긴 시간 이야기하면서 '당은 계양을 출마를 요청할 수 없으니 개인적으로 출마 선언하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이 의원이 박 전 위원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계양을 공천을)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박 전 위원장을 향해 "비대위원장 시절 생긴 일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며 자중을 촉구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차기 당대표가 22대 총선을 진두 지휘한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결국 관건은 총선 공천권"이라며 "당대표 공약으로 시스템 공천을 확약해야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계양을도 압박을 통해 셀프 공천했다면 차기 총선에서 공정한 공천이 담보되겠느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셀프 공천 논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최근 사법 리스크 관련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명해왔던 이 의원 측도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광연·장윤서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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