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싱가포르의 명물인 마리나베이 개발에 적용된 규제 최소화 방식을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세운지구 개발에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싱가포르 해외출장 중인 오 시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각>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마리나베이 내 주거·관광·국제업무 복합개발단지인 마리나 원(Marina One)을 방문했다.
싱가포르는 매립지인 마리나베이 일대를 개발하면서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를 적용했다.
그 결과 2017년 준공된 마리나 원은 용적률 1300%, 지하 4층~지상 34층의 초고밀 복합개발과 마리나베이의 풍광과 잘 어우러지는 유선형의 수려한 건축 디자인이 가능했다. 연면적 52만㎡ 규모로, 주거시설 2동(1042가구)과 상업시설 2동으로 구성됐으며, 350종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있다. 싱가포르 정부의 친환경 인증 최고등급(LEED플래티늄)을 받았다.
서울시도 도심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처럼 주거, 상업, 공원 등으로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어떤 용도를 넣을지를 자유롭게 정하도록 해 유연한 개발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앞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을 발표하면서 용적률을 1500% 이상 적용하기 위해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서울도시계획 2040에는 용도구역 제한을 벗어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주택을 건설할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도심에 ‘직주혼합’ 도시를 조성해 도시 외곽에서 출퇴근할 때 발생하는 교통문제와 환경오염을 줄이고, 야간·주말이면 텅 비는 도시가 아닌 24시간 활력이 끊이지 않는 도심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과도한 규제와 보존 위주 정책으로 성장이 정체된 구도심의 도심 기능을 끌어올려 업무·산업·문화·관광·교육·녹지의 경쟁력을 한 곳이 모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건물에 운동장 없는 학교와 초고층 수직정원 등이 동시에 들어가고, 건물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퇴근하는 생활이 가능해진다.
싱가포르와 같이 서울판 화이트 사이트를 도입하려면 국토계획법을 뛰어넘는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국토부 등에 특례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청하고 특례법에 서울 도심의 특수성이 충분히 담긴 세부적인 방안이 담길 수 있도록 지난달부터 ‘구도심 복합개발 TF’를 운영 중이다.
도심 복합개발을 위한 특례법은 2020년 법안이 첫 발의된 이후로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 과제로도 제시되는 등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여기(싱가포르) 와서 보면 디자인적으로 매우 우수한 건축물이 구현이 됐는데 그 바탕에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화이트 사이트 제도가 있다”며 “화이트 사이트 제도의 장점을 앞으로 우리가 도시 계획을 하는 용산이라든가 세운지구라든가 이런 곳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0일<현지시각>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주거·관광·국제업무 복합개발단지인 마리나 원의 중앙광장을 걷고 있다. (사진=서울시)
싱가포르=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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