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15년 저자는 이민 생활에 지칠 무렵 느닷없이 짐을 꾸려 미 대륙횡단 마라톤에 나섰다. 아시안 최초 '무지원 5200km 미 대륙횡단 마라톤'에 나선 첫 일반인 마라토너.
"아시안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부터 나는 이미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평범하지 않은 결심을 하고 꼭 완주하리라 결심을 했다."
모하비 사막의 폭염을 뚫고, 로키산맥의 눈 폭풍을 이겨내며, 대평원의 봄에 기습하는 토네이도 지역을 지나, 다시 애팔래치안 산맥까지 넘었다. 급기야 백악관을 거쳐 뉴욕 유엔빌딩에 도착한 그의 여정은 글자 그대로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 할 만하다.
스스로를 '통일 마라토너'라 부르는 저자 강명구씨가 새 책 '유라시아 비단길 아시럽 평화의 길'을 냈다. 미 대륙횡단에 이어 베트남종주마라톤(2016년), 네팔지진피해돕기마라톤(2016), 사드반대마라톤(2017), 세계평화와 평화통일기원 아시럽대륙횡단마라톤(2017년 9월1일 네덜란드 헤이그 출발~2018년 10월5일 중국 단동 도착) 여정을 걸어온 그의 '마라톤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다만 책은 단순히 달리기,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단순히 달리는 행위 하나로도 새로운 인류 문명의 지평(地平)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나의 달리기는 평화를 목메어 노래한 세레나데에 가깝다"고 비유한다. "이 글은 땀을 먹물 삼아, 두 발을 붓 삼아, 유라시아 대륙 아시럽 대륙을 종이 삼아 써 내려간 대서사시입니다."
'유라시아 비단길 아시럽 평화의 길'|강명구 지음|도서출판문사철 펴냄
저자가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는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해방 후 월남했고 생전 두고 온 누이와 아름다운 대동강, 그리고 인근 강가 송림 숲과 수양버들을 늘 그리워했다. 자연스레 어릴 적부터 한반도 분단상황에 대한 질문이 커졌고, 평화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다. 유럽 끝단에서 유라시아 비단길을 달려 압록강까지 이르며 '평화 마라토너'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다.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 '유라시아(Eurasia)'의 시대를 아시아 중심의 '아시럽(Asirope)' 시대로 되돌리겠다는 꿈도 품게 됐다.
"만약 21세기 다시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인류는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문제의 해답이 있습니다. '화해와 공존'입니다. 공존을 위해 누군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공존을 거부하는 순간 평화는 깨지고 참혹한 전쟁이 일어난다고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총 3권(1권 유럽, 2권 중앙아시아, 3권 중국)으로 구성된 책은 그래서 '마라톤을 통해 보는 세계 평화의 길'이다. 세계 2차 대전 때 이산가족이 됐다는 네덜란드 시민 소냐와의 대화를 지나, 한인 이민 역사의 시초가 된 독일 에센과 도르트문트, 뒤스부르크, 겔젠키르헨, 오버하우젠을 거쳐가며 우리 선조 광부들의 애환을 마주본다.
'프라하의 봄' 체코 바츨라프 광장에 서서 한국의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기독교와 이슬람 간 '문명의 충돌'의 희생양 발칸반도를 한반도 '이념 충돌'에 비춰본다. 실크로드 위에서는 동서양 문화가 오고 가고 국가 간 장벽이 무너지고 평화가 넘나드는 길을 꿈꾸고,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로 축조된 만리장성에서 수천 년 동안의 전투를 생각하며 마음으로 '세계평화 인류공영'을 외친다.
"내 마라톤은 현대인의 마음 속에서 허물어져 가는 집 같이 아늑한 평화의 구조물을 복원시키는 작은 노력입니다."
오는 17일 서울 광화문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후 제주 한라에서 판문점까지(8월22일~9월22일), 베트남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태국, 인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바티칸 교황청으로 이어지는(2022년 10월1일~2023년 11월8일) 마라톤에 나선다.
'유라시아 비단길 아시럽 평화의 길'을 펴낸 강명구씨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태국, 인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바티칸 교황청으로 이어지는(2022년 10월1일~2023년 11월8일) 마라톤에 나선다. 사진=도서출판문사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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