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칩4' 출범 초읽기…미·중 사이 '줄타기' 어떻게
다음달 초 '칩4' 사전 예비회의 개최 전망
미국 반도체 핵심장비·설계SW 등 독점
중국은 최대 수요처…삼성·SK '예의주시'
"중국 투자 줄면서 영향 미미할 듯" 전망도
2022-08-28 09:00:00 2022-08-28 09:00:0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의 주도로 구성되는 해당 협의체 출범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업계 내부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글로벌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중국, 생산의 기본이 되는 핵심장비·설계SW 등 기술을 갖춘 미국 등 양쪽 모두를 등한시할 수 없어서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반발과 보복 가능성을 줄여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 등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이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투자가 줄어들면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열리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한다. 칩4에는 주요 반도체 제조국인 미국과 일본, 한국, 대만이 참여한다. 해당 4개국은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팹리스, 파운드리, 소재·장비 등 각각 특화된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 골자다.
 
칩4 예비회의의 구체적인 회의 시기와 장소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리 정부는 이달 초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 이후 칩4 예비회의 참석을 공식화했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 우리정부와의 관계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칩4' 협의체 참가로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반면 현재 국외 최대 생산거점인 중국에서도 생산을 유지할 수 밖에 없어서다. 또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전체 출하량 기준 약 40%의 낸드플래시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한다. SK하이닉스(000660)도 D램의 48%를 현지 우시 공장에서 출하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도 다롄에 있다.
 
문제는 칩4 출범 후 다뤄질 중국 관련 제재다. 아직 칩4 협의에 대중국 수출 통제와 관련해 다뤄진 내용은 없으나 첨단 반도체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중국 현지 공장에서 쓰여질 EUV 노광장비 등 첨단 장비를 보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은 "EUV의 경우 D램에서 쓰기 시작했는데 향후 장비가 공급되지 못하면 첨단 공정을 위해 한국에 웨이퍼가 왔다가 다시 중국으로 가야되는 번거로운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뿐만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에게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반도체 장비에 이어 최근 EDA 소프트웨어를 중국에 못가게 하겠다는 의도도 내비치고 있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산업 견제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DA 소프트웨어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이용한 것으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반도체를 설계해 파운드리업체로 보내는 엔지니어들에게 핵심 도구로 쓰인다.
 
EDA 소프트웨어는 현재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 등 미국 테크 회사들이 과점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중국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발표에 따르면 최근 분기 케이던스와 시놉시스의 매출액 중 각각 13%, 17%가 중국 비중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장비도 마찬가지다. 세계 시장점유율 60~70%를 확보한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 중 AMAT과 램리서치가 미국 업체다. EUV 노광장비를 독점하는 네델란드의 ASML도 EUV광원과 제어SW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의 통제하에 놓여있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국내 업체들의 생산 거점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현지 공장을 최첨단 공정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생산 물량은 현지에서 소화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공장 2곳을 가지고 있고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 추가 건설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지원법이 통과되면서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게 됐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달 1921억 달러를 투자해 향후 20년간 현지에 11곳에 달하는 공장 신·증설 잠정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에서 220억 달러(약 29조원)의 미국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나 대만도 벌써 중국에 최신 공정을 짓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에서 생산중인 D램이나 낸드도 최신기술이 적용된 공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중국 투자가 둔화가 될 것같고 미국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중국에서 투자를 요청하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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