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4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다뤄진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사후규제에 초점을 맞춰 통합법안 마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국민의힘을 중심으로는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기업에 대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어 이번 국감이 망이용대가 법안 논의를 본격화할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망 무임승차와 관련해 6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이후 지난해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차례로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 4월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도 법안을 내놨다.
여야 불문하고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법안 내용은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혼재돼 있는 상태다. 전혜숙 의원은 '부가통신사업자가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에 관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등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 및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했고, 김영식 의원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당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거나 제공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사후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나머지 4개의 법안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망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이용계약 체결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의 망 이용계약 체결 의무 부과하는 등 사전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넷플릭스)
지난달 31일 22대 민생입법과제 중 하나로 '글로벌 콘텐츠사 무임승차 근절법'을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은 윤영찬 의원실을 중심으로 계류 중인 6건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관한 통합법안 초안 마련에 나섰다. 과도한 사전규제 대신 사후규제를 중심으로 법안을 마련하되, 금지행위 유형을 명시하거나 부당한 계약 체결 거부 금지 등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망이용대가 무임승차에 대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서 방향성이 정해진다면 법안 마련에 큰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회가 망 무임승차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망이용대가 부과와 관련한 법·제도화가 글로벌 트렌드임을 인지한 까닭이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망이용대가 논란과 입법적 개선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CP에 대해 망이용대가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아니라, 유럽연합(EU)에서도 법제도화의 필요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CP에게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법률안을 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법안소위 직전 불거진 글로벌 CP들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에 위반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위반이 아니라는 데 국회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따라 일정기준 이상 CP에 대해 국내외 사업자를 구별하지 않고 규율하는 것은 해외 기업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감에 국민의힘은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들의 망이용대가와 관련 갑질 문제를 중요하게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당장 과방위가 여야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감을 기점으로 망 무임승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과방위 관계자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사후규제 중심으로 정리가 된다면,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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