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이재명 대표에게 오는 6일 예정된 검찰 소환에 불응할 것을 권유했다. 이 대표의 최종 결심이 남았지만 원내지도부, 다선 의원 등도 이 대표에게 동일한 의견을 전달함에 따라 불출석이 유력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반격도 시작됐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후보 시절 한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동시에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허위경력 기재 의혹 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물러설 수 없는 강 대 강 대결로 뛰어들면서 이번 정기국회가 또 다시 극한대립의 장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5일 오후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주가조작 혐의, 허위학력 기재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한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허위경력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를 가졌다. 당시 김 여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며 허위이력 논란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김 여사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 여사는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사기 등의 혐의를 받았는데 이 중에서 업무방해와 사문서위조 혐의는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사기 혐의도 일부 오기는 있었지만 대부분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김 여사가 직접 국민 앞에서 낮은 목소리로 울먹이면서 잘못했다고 경력 부풀리기를 시인했는데도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이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법에 공정한 잣대가 있기는 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도 특검 대상에 포함된다.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이 제기되자 윤 대통령은 증권사 직원에게 매매를 일임했다며 주가조작과 문관하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여사의 주식 주문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이 ‘허위’라고 보고 있다. 당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은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김 여사의 주가조작에 대해 ‘이씨에게 모든 거래를 일임했고, 4개월간 손실만 보고 5월20일 이씨와 절연하고 끝냈다’라는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을 했다”며 “6월13일에 김 여사가 이씨의 의견을 들어 추가 매수를 지시한 육성 녹음이 나왔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5월20일 이씨와 절연했다고 하는 부분이 거짓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재임 중 수사를 받거나 처벌받을 수 없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공소시효가 오는 9일인 점을 감안해 일단 고발에 착수해 정치적 생채기를 내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의 고발은 검찰이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오는 6일 소환 통보한 데 대한 맞불의 성격이 짙다. 국민의힘 등에서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을 경우 434억원의 대선 선거비용 전액을 국비로 반환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을 이 대표와 같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맞고발하며 정면 대응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정식 수사를 받아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받을 경우 국민의힘 역시 대선 선거비용을 반환하라는 주장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강 대 강 대립인 셈이다.
당내에서는 민주 대 사정의 전면전으로 규정했다. 윤석열정부가 국회와 상위법(모법)을 무시한 채 이른바 ‘시행령 정치’를 하고 있고,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을 정권의 영향력 아래 두면서 민주주의 퇴행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부가 불법 행정과 불법 국정을 자행하고 있다. 시행령에 의존하는 영치주의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이 같은 맞불이 여론용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등을 추진하더라도 실현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특검법의 소관 상임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현재 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어 상정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 물론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현재 법사위 전체 위원 18명 중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는 의원은 총 11명이다.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는 요건(소관 상임위의 3/5 이상 찬성)을 충족한다. 이론상 민주당이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면 국민의힘이 저항해도 강행처리가 가능하다.
설령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뒤집으려면 국회는 다시 본회의에서 2/3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민주당은 실제 김건희 특검법을 추진하기 보다는 여론을 형성해 여권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민주당은 이 대표에게 오는 6일 검찰 소환에 불응할 것을 권유키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현 시점에서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는 것은 맞지 않고 서면조사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를 당대표에게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4선 의원들도 이 대표와의 오찬에서 검찰의 부당한 정치적 의도로 인한 소환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떳떳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일부에 그쳤다.
이 대표는 이른바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허위발언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 보좌진은 이 대표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전쟁입니다"라고 표현해 논란을 샀다. 검찰은 지난 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오는 6일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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