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판정이 10년 만에 나왔다. 하지만 이 외에도 정부를 상대로 한 거액의 ISDS가 진행 중이고, 국제 투자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분쟁 사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앞으로 정부가 짊어질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인 ISDS는 △엘리엇 △메이슨 △쉰들러 △중국 투자자 △부산 투자자 △이란 다야니 가문 등이다. 론스타를 제외하고도 6건이 남아있다.
이중 청구 금액이 가장 큰 사건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ISDS다. 엘리엇은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018년 7월 약 7억7000만달러(약 1조329원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 조치로 손해를 입었다며 약2억달러(약 268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스위스 승강기제조업체 쉰들러는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금융감독당국이
현대엘리베이(017800)터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부당하게 방치해 손해를 입었다며 약 1억9000만달러(약 254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제기한 ISDS도 진행 중이다. 2020년 7월 한 중국인 투자자는 국내에서 수천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후 이를 갚지 않아 담보를 상실한 뒤 우리 정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1억5000만달러(약 2019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일명 '부산 투자자 사건'의 경우엔 지난해 5월 미국 국적의 청구인이 부산시 수영구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토지 수용으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며 537만달러(약 71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란 '다야니 가문'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2차 ISDS를 제기했다. 우리 정부가 다야니 일가에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재차 ISDS를 제기한 것이다. 이란 가전회사 엔텍합을 소유한 다야니 가문은 앞서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조달 계획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으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했다. 이에 다야니는 계약 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ISDS를 제기했고 1차 ISDS에서 우리 정부가 패소했다.
국제 투자 분쟁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선 론스타 배상 판정을 계기로 특히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한국을 겨냥해 ISDS를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통상 전문 노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일본은 아직 ISDS나 국제중재 신청을 많이 하는 나라는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 진행 중인데 (한국 정부가) 일본회사가 보유한 한국 기업 재산을 압류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그쪽(미쓰비시중공업 등)에선 자신들이 한국에 투자했는데 한국 사법부의 잘못된 재판으로 압류까지 하고 집행해서 돈을 빼앗아 갔다는 주장을 들어 이는 공정·공평 대우 위반이라며 (일본기업이) ISDS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론스타 ISDS(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 중재결정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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