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국가보안법 제7조 위헌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가 15일 처음으로 공개 변론을 열었다. 청구인측은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 침해까지 나아간다고 지적했고, 피청구인(법무부)측은 남북분단 상황인 특수성을 감안해 존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판 조항은 국가보안법 제2조 1항 및 제7조 1항·5항 등으로, 이날 쟁점은 제7조의 위헌 여부였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제7조5항은 1항과 같은 목적으로 문서를 수입, 복사, 소지, 운반, 반포, 판매 또는 취득하는 등의 행위도 불법으로 보고 처벌한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제2조 1항과 제7조 1·3·5항의 위헌 여부 심리 공개변론 시작에 맞춰 대심판정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이미 일곱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는 헌재가 공개변론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청구인측은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주관적인 잣대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개인의 기본권 침해는 물론 민주주의가 저해된다고 주장했다. 이적 표현물이나 이적 행위의 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명확한 처벌 잣대가 없다는 것이다.
청구인측 대리인인 하주희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7조는 말뿐만 아니라 박수와 경례 등 몸짓도 처벌하는데 이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행위자 내심의 영역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데 내심의 자유는 절대적인 기본권으로 침해될 수 없다”고 했다.
청구인측 대리인인 조영선 변호사는 “말과 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작품, 개인적인 SNS상의 활동까지도 규율하고 있다”라며 “국가보안법이 실정법으로 존재하는 한 자기검열에 따른 표현행위의 위축과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인 공론의 장이 왜곡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사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남북이 대치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국가보안법이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어 모든 표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측 대리인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 표현물을 소지하는 사회적 해악은 마약류, 음란물 소지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라며 “형사법상 마약류와 음란물은 소지 자체만으로 처벌 가능하다. 소지 자체가 양심 형성 절대적 기본권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가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표현물만 이적표현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내재적 사상이 행동으로 발현해 우리 사회에 피해를 주는 방향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도 공개변론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공개변론에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폭넓게 논의하고 대표 독소조항인 2조와 7조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50여개 단체가 연대했다.
단체는 "국가보안법의 뿌리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치안유지법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법은 적절치 못하다"라며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은 독재에 항거하며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활동을 탄압하고 독재 정권의 연장과 유지를 위해 위헌적으로 활용돼왔다"고 주장하며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가보안법 처벌조항 위헌성 심리 공개변론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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