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검찰 수장인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7기)이 16일 취임식에서 그간 수차례 휘어진 검찰 제도 시스템과 악순환에 빠져있는 형사사법기관 간 관계를 재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여러 해 동안 검찰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함께 검찰의 잣대가 굽었다 펴졌다를 거듭했고, 검찰구성원의 자긍심과 명예가 흔들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정작 범죄와 부패에 대한 대응은 소홀하게 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손잡고 협력해도 부족한 여러 형사사법기관과의 관계도 제자리를 찾도록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7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입 검사 인사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대검찰청)
‘구조적 비리’에 대한 수사력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보이스피싱?전세사기?펀드사기 등 민생 침해범죄,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성폭력, 스토킹, 가정폭력과 같은 아동?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에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증권범죄, 국가의 재정을 좀먹고 예산을 낭비하는 구조적 비리에 검찰의 수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검찰에 당부했다.
또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와 ‘승불요곡(繩不撓曲,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법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을 ‘국민을 위해’, ‘바른 방법으로’ 행사해야 하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자연상태’를 뛰어넘어 국민의 생명?신체?안전?재산 등 기본권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우리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바로 검찰의 ‘존재이유’이며 검찰이라는 ‘업의 본질’”이라고 전했다.
이 총장은 오랜 기간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온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는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2007년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대검 검찰연구관이었던 윤 대통령과 삼성그룹 비자금 및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한데 이어 2017년에도 윤 대통령과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함께 수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2020년부터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수원고검 차장, 지난해 제주지검장으로 좌천성 인사 조치됐지만, 윤 정부 출범 직후 첫 검찰 인사에서 대검찰청 차장으로 전격 승진한데 이어 지난달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목됐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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