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10월까지도 달러 초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주식과 회사채 등 투자에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달러 급등세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야기하고 기업 실적 부담 확대, 물가 상승 등 단기 악재 요인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1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프리즘투자자문 본사에서 홍춘욱 대표와 만나 환율 전망과 고달러 시대의 투자 조언 등을 들어봤다. 홍춘욱 대표는 1993년부터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며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환율의 미래> 저서를 발간했으며, 그간 선제적인 달러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
다음은 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사진=우연수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앞두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이며, 언제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가.
최근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데 반해, 그보다도 신용도가 낮은 중국과 일본, 유럽은 금리를 못올리거나 심지어 내리고 있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경우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띠게 된다.
현재로선 10월까지 달러 상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며 1400원, 1500원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위안화가 문제다. 중국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에도 올해에만 두번 지급준비율을 내리고 있어 위안화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 유럽도 러시아 발 전쟁에 따른 위기 등으로 금리를 미국만큼 빠르게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10월 중국 당대회 때 중국 기조가 바뀌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에 따른 유로화 약세 진정 기대감도 나온다. 10월이면 우크라이나 반건조 흙토지대가 얼면서 전쟁이 어려워져 사실상 5~9월에만 전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되는 상황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가 틀릴 수도 있다. 중국이 한번 더 금리를 인하해 위안화 약세로 몰고 가거나, 유럽에서 극우 정치인이 친러시아 입장을 취하거나,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밀어붙이면 달러 강세는 심화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 기업 실적 등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단기 악재인데, 가장 큰 건 외국인 수급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글로벌 펀드들이 통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코스피에서도 돈을 빼게 된다. 올해에만 외국인은 시가총액의 1%에 달하는 약 19조원을 팔고 나갔고, 여기서 환율이 더 올라 20조원을 추가로 판다고 하면 코스피가 2200선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 국민연금도 비중 확대 여력이 없기 때문에 물량을 받아낼 연기금이 마땅치 않다. 또한 기업 실적도 단기적으로 어려워진다. 원자재 등 수입 단가 충격이 있고, 수출 기업들도 달러 강세를 이유로 단가 하락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등의 영향이 있다.
환율 1400원은 얼마나 높은 건가. 외환위기의 가능성도 있나.
외환위기 이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30~1350원을 유지했는데 그 때보다 20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과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 충격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만약 극심한 불황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에서 달러 강세가 나오면 큰일 나겠지만. 지금까지는 상반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2.9%로 잘 나오고 있고 고용도 좋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게 경기가 계속 좋겠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 폭풍전야의 느낌이 환율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달러 패권 무너진다'와 '나라 망한다'의 너무 극단적인 인식을 오가곤 한다. 하지만 고정환율제도였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자유변동환율제(환율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기 때문에 외화보유고가 바닥나거나 나라가 망할 일은 거의 없다. 달러가 오르면 달러를 쟁여두고 있기보단 오히려 분할해 파는 게 좋다. 반대로 '달러 사서 뭐하냐'는 얘기가 나올 때 사 모아야 한다.
환율 상승 시 주식이나 채권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모든 수출 기업이 좋은 건 아니다. 환율이 상승했을 때 단가가 많이 안깎이고 이익이 유지되거나 회복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회사채는 주의하는 게 좋다. 외화 부채가 있을 수 있고, 개인에게까지 왔다는 건 기관에게 회사채가 안팔려서일 수 있다. 환율 상승 과정에서 대비를 잘못한 회사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환율 상승 그 이후 경쟁력이 있을 만한 업종은 어디인가.
슈퍼달러가 단기 악재이긴 하지만, 보통 1년이 지나면 경쟁력이 좋은 기업들에 한해서 상황이 오히려 나아진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매출액 대비 마진영업이익이 대충 연평균 5~7%, 1년 후가 되면 수출로는 이득을 보고 수입가에서는 적응을 해왔다. 외환 충격이 발생하면 그 해에는 물가도 오르고 기업도 어려워지고 수급도 안좋고 악재로 작용하지만, 반대로 1년 후부터는 기업들이 적응을 하기 때문에 2년차에는 이익이 좋아진다. 물량을 늘리지 않아도 단가가 높아져 마진이 되기 때문이다. 내년 경기도 상반기까지는 여려워도, 경쟁력이 개선된다는 전제 하에 하반기엔 나쁘지 않아질 것이다.
10대 대표 수출 품목 중 5~6개 정도는 환율이 올라도 수출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조선, 반도체, 자동차, 스마트폰 등이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있다. 조선의 경우 초대형 유조선(VLCC) 수주가 최근 중국에 있는 일본 공장으로 갔는데, 달러 강세를 이유로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서 우리 조선소가 받지 않은 거였다. 스마트폰도 화웨이 부진으로 점유율이 오르고 있다. 반면 가격을 유지하기 힘든 업종으로는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태양광 등이 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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