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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 고정빔 치료실 내부. (사진=연세의료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치료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한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지난 19일 출입 기자단을 초청해 중입자치료 투어를 진행했다.
중입자는 원자보다 작은 입자의 한 종류다. 중입자치료는 피부 안쪽 깊숙이 자리잡은 암세포에 중입자를 발사하는 방식이다. 치료기에서 미리 조절된 깊이에 다다르면 주변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중입자치료의 원리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중입자치료는 국내 병원이 현재 운용 중인 기존 방사선치료와 양성자치료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중입자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 및 양성자보다 2~3배 정도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기 때문에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중입자치료는 또 목표 지점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중입자의 특성으로 암세포가 받는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 X-선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암세포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암세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어도 정상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반면, 중입자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목표한 암 조직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한다. 이러한 중입자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뜻이다. 이 같은 효과는 암환자가 겪어야 하는 투병 생활 전반의 개선도 이끌 수 있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지만,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생명력이 그만큼 강하다.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중입자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이라고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실제 일본의 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이 선보이는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이 특징은 평균 치료 횟수 감소로 이어진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양성자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연세의료원은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과정에 시간이 소요돼 치료기 3대에서 하루 동안 약 50명의 환자를 치료할 예정이다. 치료 후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곳에 불과하며,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날 경우 소요되는 비용만 1~2억원에 달한다. 해외 원정 치료를 위해 주로 찾는 일본은 세계 최초로 지난 1994년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해 이미 28년간 중입자치료를 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내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한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중입자치료 투어 이후 연세대 백양누리 최영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료 강화 방침을 밝혔다.
먼저 연세의료원은 빅데이터, 유전체 정보 등 데이터 사이언스와 세포 치료제 등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를 강화한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AR-T) 세포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법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중입자치료 도입, 약제·바이오마커·의료기기 개발로 선진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연세의료원은 지난달 난치성 혈액암 치료법으로 주목받은 CAR-T 치료제 투약에 성공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 세포를 이용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로도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연세의료원은 정밀의료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부터 강남, 용인, 개원 예정인 송도세브란스병원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에는 디지털헬스실을 신설하며 기반을 마련했다. 디지털헬스실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자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인공지능(AI) 의료영상 기업 등과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우리나라 의료를 이끌어 온 연세의료원은 의료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선도 분야인 로봇수술 외에도 신약 치료, 중입자치료 등 정밀의료를 통해 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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