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들이 항상 꼽는 가장 힘든 장르와 연기, ‘코미디’다. 웃기면 터지는 것이지만 안 웃기면 사실 상황 수습 불가다. 그래서 시쳇말로 개그맨들의 순발력을 ‘신이 내린 재능’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의미 안에서 바라 보자면 ‘정직한 후보’ 시리즈의 라미란과 김무열 그리고 윤경호, 이들 세 명의 존재감은 판타지 장르의 히어로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다. ‘정직한 후보’ 1편을 보고 나면 이 같은 평가에 무리가 따르더라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세 사람의 존재감은 이번 2편에선 인간계의 웃음을 넘어선 코미디 파워를 선보인다. 마블에게 히어로 세계관이 존재한다면 충무로의 ‘정직한 후보’ 세계관이 맞불 작전을 놔도 결단코 밀리지 않다고 확언할 수 있다. 라미란의 증명된 코미디 감각은 발군이란 단어와 찬사가 모자랄 정도다. 윤경호의 일상적 무능함이 펼치는 웃음 포인트는 이제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가장 놀라운 점은 김무열이다. 멋들어지고 길쭉하고 젠틀한 그의 대중적 그리고 배우적 이미지는 의외로 날카롭고 강렬할 듯한 악역 캐릭터에서 빛을 발휘해 왔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악역’ 캐릭터가 자리한 작품이 큰 힘을 발휘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이제 김무열의 배우적 존재감 자체가 판을 뒤엎을 듯하다. 작정하고 달려들고, 작정하고 쏟아내는 그의 코미디 융단 폭격은 ‘無감정’의 소유자 조차 포복절도하게 만들 웃음 파장을 담고 있다. 김무열이 이 정도로 웃기는 연기가 특화돼 있단 사실을 알게 한 것만으로도 ‘정직한 후보’는 반드시 3편을 제작해야 함을 인지하고 넘어가야만 한다. 이건 흥행 여부와 상관 없다. 라미란-김무열-윤경호 삼각 조합의 ‘정직한 후보2’는 국내 영화 코미디 장르 역대 최강 ‘오리지널 치트키’다.
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사진=NEW
‘정직한 후보2’는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0년 2월 개봉해 153만 관객을 동원한 ‘정직한 후보’의 속편이다. 전편에서 3선 국회의원으로서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거짓말 못하는’ 능력으로 포복절도 솔직함을 선보이며 실수를 연발해 온 ‘주상숙’(라미란)이 다시 한 번 ‘진실의 주둥이’ 마력에 걸려든 상황을 맞이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다.
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사진=NEW
1편의 서울 시장 선거 낙선 뒤 할머니와 자신의 고향 강원도로 낙향해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상숙은 우연히 차 사고로 바다에 빠진 청년을 구하게 된다. 이후 동물적 정치 감각을 활용해 주상숙-박희철(김무열) 콤비는 다시 한 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바로 강원도지사 선거. 위험에 빠진 청년을 구한 이미지를 활용해 새롭게 도지사에 당선 취임한 상숙은 불타는 의욕을 앞세워 ‘도정 공백’ 최소화를 외친다. 하지만 의욕도 잠시 점차 능글 맞은 정치인 주상숙의 이미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강원도청 건설교통과 조태주 국장(서현우)이 치고 들어온다. 바로 건설사 대표 강연준(윤두준)이 추진 중인 ‘르강원’ 개발 사업에 대한 인허가 관련 문제. ‘이 정도는 그냥 해도 된다’는 조 국장의 얼렁뚱땅 제안에 상숙은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간다.
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사진=NEW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연히 ‘르강원’ 개발 과정 중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우연히 그리고 뜬금 없는 장소에서 마주한 ‘그것’을 통해 주상숙의 ‘진실의 주둥이’가 다시 터져 버린 것이다. 재야의 볼품 없던 야인에서 정치적 재기를 멋지게 소화해 내며 강원도지사로 컴백, ‘청와대’ 입성까지 꿈꾸던 주상숙이 자신의 서울시장 낙선을 이끌던 ‘진실의 주둥이’ 덫에 다시 걸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속편, 즉 2편이다. ‘진실의 주둥이’도 하나가 아니다. 주상숙이 치고 다니는 사고를 깔끔하게 수습하면서 언제나 어디서나 부르면 반드시 등장하던 ‘홍반장’과도 같던 존재감 ‘박희철 비서실장’. 주상숙-박희철 두 사람이 동시에 터져 버린 ‘진실의 주둥이’ 앞에 상숙의 남편 봉만식(윤경호)은 아연실색한다. 급기야 ‘르강원’ 개발 비리가 터지면서 비리 핵심으로 도지사 상숙이 지목된다. 모두가 개발 비리를 주도하던 쪽의 계략. 상숙과 희철 그리고 만식, 여기에 2편에 새롭게 합류한 만식의 여동생이자 상숙의 시누이 ‘만순’(박진주)까지. 이들은 땅에 떨어진 명예를 되찾기 위해 비리 세력 소굴로 쳐들어간다.
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사진=NEW
‘정직한 후보’는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현실 풍자극이다. 전편에선 여의도 정치인들에 대한 신랄 하면서도 코미디 영역에서 휘발 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코드를 삽입해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과 웃음을 안겼다. 이번에는 여의도 메이저 정치 무대에서 벗어난 지방 자치 현실을 꼬집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 설정일 뿐. 주상숙의 ‘진실의 주둥이’는 전방위적으로 진실을 쏘아 붙이며 난리 부르스를 친다. 청와대 주최 전국 시도지사 회의 무대에서 노골적으로 ‘대권’을 꿈꾸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대놓고 대통령에게 자신의 꿈을 실토하기도 한다. 급기야 ‘북한’의 ‘그 사람’에게 속에 담아 둔 진짜 마음을 토해내며 나라를 순식간에 전쟁 상황으로까지 몰고 간다. 이 모든 과정이 과한 설정 속에서 더 과한 웃음을 의도하는 그 이상의 코미디 연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괴이할 정도로 이 모든 게 체감적으로 결단코 ‘과하지 않게’ 다가온다. 그 모든 이유는 라미란이란 극강의 코미디 내공을 소유한 배우의 능력이다. 모든 게 과하고 모든 게 일정 기준을 전부 넘어 버린 상황이지만, 허무맹랑한 이 모든 것들에게 설득력을 부여 시키는 라미란의 존재감은 이제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정직한 후보’의 정체성 그 이상을 담당하게 될 듯하다.
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사진=NEW
라미란과 함께 발군의 존재감을 선보인 인물이 바로 김무열이다. 무대극, 즉 뮤지컬계에서 상당한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던 김무열은 스크린으로 넘어오면서 뮤지컬 배우 특유의 대사 전달력 그리고 몸짓을 더한 행동 언어가 더해지면서 ‘과한’ 감정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 코미디 연기에 색다른 재능을 드러내게 됐다. 전작 ‘정직한 후보’ 1편에선 ‘웃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웃음을 안겼다면 2편에선 대놓고 웃으라는 여러 설정을 온전히 김무열 본인의 색깔로 소화해 라미란과 투톱 체제를 굳건히 형성시킨다. 둘의 극중 코미디 대결은 흡사 액션 장르의 결투처럼 느껴질 정도로 격하다. 웃음과 웃음이 격돌하니 관객들의 정신이 뒤흔들릴 정도다. 두 사람 외에 남편 윤경호 그리고 박진주의 천연덕스러운 ‘봉 남매’ 케미도 새로운 웃음 소재로 부족함이 없다.
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사진=NEW
영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초 단위와 컷 단위로 ‘정직한 후보2’는 웃음 지뢰밭이다. 제작진은 주인공 주상숙에게 1편에서 국회의원 그리고 2편에서 도지사를 섭렵 시켰다. 3편이 제작된다면 주상숙의 다음 코스는 이미 정해져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시리즈, 단 두 번 만에 충무로 대표 코미디 대장이 됐단 점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2' 스틸. 사진=NEW
웃음 안에서 ‘정직한 후보’ 시리즈를 넘어설 코드 설정이 등장할 수 있을까. 당분간 장르 영화 시장에선 불가능할 듯하다. 개봉은 오는 28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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