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권양숙 여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감사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 역시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격노한 이유에 대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노력했지만 정권이 바뀌니 다시 ‘사냥개’로 변모한 형국에 참담함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이 격노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 측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서면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관련 질문서를 보낼 테니, 서면조사에 응하라는 통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고, 이에 해당 이메일은 ‘반송’ 처리됐다. 윤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평소 어법과 다르게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윤 의원은 “대통령 재임 중에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작금의 감사원이 권력의 사냥개라도 된 듯이 이렇게 나서는 형국을 보면서 여러모로 참담한 심정이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고 했다.
윤 의원은 “감사원은 퇴직 공무원도 차후에 재임용될 때를 대비해서 인사 참고자료를 활용하기 위해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문 전 대통령이 차후에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어디에 있냐”고 꼬집었다. 그는 “감사원이 지금 조사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경우에는 퇴임을 하셨지만 차후에 재임용될 때를 대비해서 인사 참고자료를 활용하기 위해서 감사해야 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까지 하시고 차후에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조사의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은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이미 국민의힘의 고발로 인해 형사 사건으로 전환이 됐는데 형사 사건을 감사원이 동시에 조사한 전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만약 문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면 최소한 그 이전에 참모들에 대한 조사가 먼저인데, 서 전 원장이나 박 전 원장에 대해서는 조사도 안 됐는데 다 건너뛰고 대통령을 조사한다는 게 납득이 되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여지껏 대통령과 관련된 언급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갑자기 대통령을 조사한다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며 “따라서 처음부터 조사 목적이었다기보다는 망신주기용 용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그런 의구심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 핵심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서면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거부당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불쑥 그런 서면조사 요구서를 보낸다라고 하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면서 “궁지에 몰려 있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다른 쪽으로 이슈 전환을 하려고 하는 그런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등도 서면조사를 받았다는 감사원의 반박에 대해서는 “월북이냐, 아니냐의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이 문재인정부에서 내린 결론과 지금 내리고자 하는 결론의 방향이 다를 수 있다”면서 “어떤 정치적 의도가 분명해보이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답변 유무 이런 것도 아주 더 무겁게 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