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미래다⑫)도시유전 "유해가스 없이 폐플라스틱으로 재생연료 생산"
세라믹볼의 파동 에너지로 저온에서 플라스틱만 분해
'굴뚝 없는 공장'으로 정부 인증…환경공단과 정읍에 대규모 플랜트 구축 예정
2022-10-13 06:05:16 2022-10-13 06:05:1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플라스틱의 홍수 시대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서울시민 1인 당 하루 플라스틱 배출량은 2016년 110g에서 2020년 236g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은 배달 문화 확산 등으로 플라스틱을 포함한 폐기물 배출량을 대폭 증가시켰다. 
 
이처럼 폐기물 처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도시유전의 친환경 폐비닐·플라스틱 처리 기술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은 '도시유전'이라는 단어가 폐기물에서 연료를 뽑아낸다는 의미의 일반 명사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기업 도시유전의 시작은 이 같은 개념이 생기기도 훨씬 전인 1990년대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도시유전의 전신인 국토생명과학연구소는 선박용연료절감장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흥제 박사가 개발한 세라믹볼이 파동 에너지를 이용해 중질유를 순간적으로 경질유로 전환시키는 것이 해당 기술의 핵심이다. 선박의 연료비 절감과 바다 환경 보호에 큰 기여를 했던 이 기술을 다른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도중 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 도시유전의 출발점이 됐다. 
 
도시유전은 기존의 열분해 공정이 재생 연료 생산 과정에서 추가로 투입되는 화석연료도 적지 않고 유해 가스도 배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자원 순환 공정이 되레 환경을 오염한다는 사실을 아이러니하게 느낀 것이다. 도시유전은 R.G.O(Regenerated Green Oil) 공법으로 270±20℃의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세라믹볼의 파동 에너지로 플라스틱을 유증기화해 분해한다. 기존 공정은 800℃ 고온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되지만 도시유전은 특정 파장이 폐비닐·플라스틱의 분자 고리만 끊어내 수증기를 비롯한 부생가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체 공정 설비에는 굴뚝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유전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상용화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도시유전)
 
현재 도시유전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공동 연구 협약을 맺고 일간 6톤 규모의 상용화 실증 설비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도시유전의 R.G.O 공법은 폐비닐과 플라스틱을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쓰레기를 그대로 투입해도 그 중 플라스틱 성분에만 파동이 작용해 유증기를 분리하기 때문에 생활쓰레기 처리에도 유용하다. 
 
설비에는 소위 '깍두기'라 불리는 커다란 상자 형태의 1톤 규모 폐기물 6개가 마더카에 들어간다. 고체 상태의 폐기물이 설비 내로 투입되면 전기로 히터봉을 가열해 내부 온도를 270±20℃까지 조성하면 자체 개발한 세라믹볼이 이에 반응해 특정 파장을 분출해 비닐과 플라스틱의 분자 결합 고리만을 끊어낸다. 이를 오일 미스트 형식으로 밀어내면 최초의 중질유 형태로 저장이 된다. 이후 2차 정제 기기로 이동해 세라믹 촉매를 통해 다단계 정제 공정을 거치고 각기 다른 비등점 차이를 이용해 재생 연료와 원료를 추출한다. 정제 과정 중에는 인체에 유해한 유황, 질소, 금속성분 등을 제거하는 하이크래킹 공정도 진행해 고품질의 재생 연료를 생산한다. 도시유전에 따르면 폐기물 투입부터 재생 연료 추출까지 약 24시간이 소요된다. 
 
수도권매립지공사관리에 설치된 도시유전의 폐비닐·플라스틱 처리 시설의 모습. (사진=도시유전)
 
도시유전 측은 R.G.O 공법이 산출물 뿐 아니라 생산 과정도 친환경적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유해 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물론, 처리를 마친 잔여물들도 탄화된 물질은 고체 연료로 재생산이 가능하고 그 밖의 물질들은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일반 매립을 할 수 있다. 알루미늄 캔 등은 분리수거를 하면 된다.  
 
도시유전의 가능성은 점차 많은 정부기관과 기업에서 알아보고 있다. 한국환경공단과는 올해 말 정읍에 24톤 규모의 플랜트 설비를 구축한다. 도시유전이 전체 설비의 운영을 전담하며 환경공단은 영농 폐비닐 수급 등을 담당한다. 도시유전의 첫 직영 공장인 해당 시설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며 하반기부터는 산출물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외에 광양 지역에도 플랜트 설비를 판매해 내년부터 재생 연료를 생산한다. 또한 GS칼텍스, 대한유화 등 국내 에너지 대기업에서도 도시유전이 생산한 재생 원료에 대해 우수성을 검증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영국 정부의 '커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처리 5000톤 규모의 도시유전 설비 도입을 현재 논의 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도 접촉이 늘고 있다. 
 
도시유전은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자원의 재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생연료를 산업용으로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보다는 플라스틱 제조 원료로 재활용하는 것이 탄소 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 도시유전 관계자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친환경적 방법으로 기름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사명감을 갖고 사업의 가능성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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