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뭐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좀 이상할 정도로 묘한 느낌이었다. 일단 너무 평범해 보였다. 그냥 우리 주변에서 스치듯 지나갈 때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많이 알아 보지 못할 것 같다’라고 물어봤다. 사실 좀 상당히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질문이다. 그런데 흔쾌히 그리고 너무도 환하게 웃으며 ‘실제로 정말 못 알아본다’고 박장대소를 했다. 한 번은 자주 다니던 마사지샵에서 너무 웃긴 상황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샵 원장 선생님과 드라마 ‘빈센조’ 얘기를 하면서 극중 ‘홍차영’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 배우 정말 연기 잘하더라’며 원장 선생님이 칭찬을 했다고. 더 놀라운 건 그 대화 이후 한 달여가 지나서 원장 선생님이 자신이 누군지 알아봤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웃었다. 배우 전여빈을 실제로 보면 그래서 많이들 놀라긴 한단다. 극중 얼굴과 실제의 얼굴이 너무도 달라 보인다. 그건 배우가 오롯이 캐릭터로 변신했기에 그랬단 칭찬일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도 평범한 흰 도화지 같은 얼굴이기에 타고난 배우의 얼굴이란 점일 수도 있을 듯하다.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의 황당함이 전여빈의 얼굴로 필터링이 되면서 극화의 사실성을 담겨 됐는지 모를 일이다.
배우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글리치’는 지난 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가 됐다.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전여빈)와 외계인을 추적해 온 보라(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효의 남자친구 시국(이동휘)의 행방을 쫓으며 겪게 되는 ‘미확인’ 미스터리 추적 과정을 그린다. 워낙 독특하고 또 특별하고 한 편으론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묘한 스타일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었기에 MZ세대에게도 독특함의 수위가 넘어설 듯해 보인다.
“(웃음)사실 저도 그랬어요. ‘이게 뭐지?’ 싶었죠. 우선 총 10부 가운데 제가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전달 받은 대본은 4부까지였어요. 전체 시리즈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4부까지는 지효와 보라가 뭘 어떻게 이 얘기를 끌어 갈지에 대한 감도 잡을 수 없는 지점이잖아요. 그럼에도 제가 결국 출연을 한 건 지효가 과연 어디까지 갈까. 그 모험을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이 얘기의 힘이라 느꼈어요.”
‘글리치’의 대본을 쓴 진한새 작가는 넷플릭스의 또 다른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을 쓴 바 있다. 더욱이 진한새 작가를 유명하게 만든 건 드라마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송지나 작가의 아들이란 점도 있다. 종합적으로 설명하면 ‘글리치’의 구성과 완성도 등 모든 것들이 ‘믿고 봐도’ 충분해 보일 수 있단 ‘보증’이다. 이런 모든 것을 전제로, 진한새 작가가 주목한 점이 바로 전여빈이었단다. 대본 단계에서부터 캐스팅 1순위로 전여빈을 꼽았다고.
배우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처음 작업하면서는 당연히 몰랐었죠(웃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GV 현장에서 작가님이 그런 말씀을 하셔서 그때 저도 들었어요. 제가 ‘절 왜 선택하셨어요’라고 작가님과 감독님에게 여쭤 보긴 현실적으로 너무 불가능하죠. 하하하. 그저 전해 들은 얘기를 말씀 드리면 제가 ‘멜로가 체질’에서 상사에게 훈계를 듣고 오는 장면을 보고 작가님이 ‘지효는 무조건 전여빈’이라고 생각하시고 쓰셨단 말을 들었죠(웃음)”
‘글리치’의 지효는 국내 어떤 형태의 콘텐츠에서도 한 번도 본 적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이상한’ 캐릭터다. 그 이상함의 답은 ‘글리치’ 전체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사실 그래서 ‘이상함’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걸 수도 있을 듯하다. 전여빈 역시 ‘이상함’이란 단어에 충분히 수긍된다며 웃었다. 그래서 지효를 그리고 만들어가는 배우 입장에서 ‘이상함’을 기본 베이스로 끌어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상함’이 가장 크게 드러나면 ‘지효’란 인물 자체의 매력을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느낄 수는 없을 것이라 여겼단다.
“이상하죠(웃음) 하하하. 진짜 이상한 아이에요. 외계인 목격자 잖아요. 근데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마음 속에 외계인 하나쯤은 갖고 있잖아요. 그 외계인은 뭐랄까. 뭔가 엉뚱한 생각 정도일 수도 있고. 마음 속에 품은 이상한 생각들, 하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그걸 결코 드러내지 않잖아요. 그냥 제 생각에 지효는 너무도 평범한 우리 주변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자 친구가 외계인에게 납치됐다는 의심을 하면서 그 이상함이 더 뿜어져 나온 게 아닐까 싶었죠.”
배우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이런 이상함은 극중 전여빈의 너무도 평범한 얼굴에서 비롯된다. ‘글리치’에 등장한 전여빈의 평범한 얼굴은 실제로 거리에서 하루에도 수 없이 마주치는 듯한 외모라 눈길을 끈다. 메이크업은 고사하고 오히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듯한 피부톤까지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이런 평범함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여빈에겐 배우로서 큰 장점이면서도 단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본인은 장점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단점도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웃는다.
“기본적으로 얼굴 피부톤을 아주 어둡게 가는 걸로 설정 했었어요. 실제로 촬영하다 보면 얼굴이 많이 타요. 근데 이번에는 그 상하는 것조차 그대로 살려 가기로 했었어요. ‘낙원의 밤’과 ‘죄 많은 소녀’에서 이미 민낯 경험이 많아서 부담은 없었어요(웃음). 예전에 문소리 선배님이 저한테 ‘정말 많은 얼굴이 있다’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는데, 배우로서 뛰어난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 생각으론 ‘확실하게 각인시킨 작품이 없구나’란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더 불끈 듭니다. 하하하.”
이런 평범한 느낌의 소녀 지효의 곁에는 극중 언제나 보라가 있다. 보라를 연기한 배우 나나는 걸그룹 출신 멤버란 꼬리표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이번 ‘글리치’에서 전여빈을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여빈은 나나와 함께 외계인에게 납치된 자신의 남자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계인의 존재를 찾아가는 황당무계한 여정을 함께 한다. 이 모습은 흡사 두 여성의 ‘퀴어’ 코드로 해석될 여지도 존재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저도 작업하면서 그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에요. 근데 감독님이 우선 지효와 보라의 관계를 친구라고만 정의해 주셨고, 저도 작업하면서 두 여자의 버디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임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지효와 보라가 초등학교 동창이었지만 관계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냥 한 사람인데, 그걸 각각의 모습으로 볼 수 있는 두 명의 캐릭터로 나눠 놓은 느낌이랄까요. 함께 할 때 완전이라기 보단 온전한 존재가 되는 그런 관계라고 봐주시면 될 듯해요.”
‘글리치’ 분명 평범한 작품은 아니다. 전여빈도 취향을 많이 탈 만한 작품이라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흥미롭게 빠져 들만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상당히 생소할 듯하다’고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극중 자신이 연기한 지효의 여정 그리고 보라의 모험에 함께 동행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어 외계인을 찾아 나선 지효를 연기한 전여빈. 그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배우 전여빈. 사진=넷플릭스
“‘글리치’ 정말 이상할 수도 있고, 반대로 굉장히 흥미로울 수도 있을 듯해요(웃음). 전 당연히 이 작품이 너무 좋아요. ‘좀 이상해 보여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아요. 그의 모험이 세상을 바꾸는 큰 의미가 있진 않아도 자신의 성장을 이끌어 낸 힘은 냈잖아요. 그 모험을 꼭 응원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한테 외계인의 존재를 여쭤봐 주신다면, 음…이 넓은 우주에 인간만 존재한다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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