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서울 마포구 일대와 서대문·용산·중구 등 지역의 유무선 통신이 두절됐다. 그로부터 4년 후,
카카오(035720) 서버 3만2000대가 몰려 있는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메시지부터 금융, 교통, 음악·웹툰·게임 등의 서비스 오류가 장기화됐고, 일상부터 생업까지 타격을 입었다.
KT(030200) 이용자들에 국한됐던 서비스 장애가 전국민으로 확대된 꼴이다. 이에 플랫폼사회에 걸맞게 기간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거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물망에 오르는 제도 개선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과 인터넷데이터센터 물리적 안정 측면을 놓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020년 국회 통과가 무산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발의도 검토 중이다. 일정 규모 이상 데이터센터를 중요통신시설로 지정하고,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포함시켜 정부가 지정한 화재 안전기준 등을 준수하도록 법률 근거를 마련하려는 차원이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는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 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편 방송사업자에 국한하고 있다. 이를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시키고,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려는 것이다.
2018년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 이후 통신 인프라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통신 재난 방지와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의 하나로 관련 내용이 추진된 바 있었지만, 인터넷 기업들이 "지나친 규제"라고 반발했다. 당시 발의된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들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을 계기로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의 먹통만큼 플랫폼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피해가 커진 사회 변화를 법 속에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측면이 아닌 이들의 위상 변화에 따라 법 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직접 망 설비를 갖추는 기간통신에 준하는 수준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2020년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통신사 외에도
NAVER(035420),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과하기도 했지만, 이것만으로 관리·감독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법안까지 속전속결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과기정통부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까지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ICT 업계 관계자는 "주요 부가통신사업자들의 영향력은 기간통신사업자들에 준하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비롯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정부, 국회와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도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책임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사회 공공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국회는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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