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의 이해찬·이재명 "마침 오늘이 유신 쿠데타"
"유신도 이겼는데 이 정도 못 이기겠나"…"절대권력은 절대 망한다"
2022-10-17 17:20:57 2022-10-17 17:20:57
이재명(오른쪽)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당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대표가 ‘이해찬 회고록-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서 만났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일찌감치 이 대표를 지지, 현 당 지도부에 이해찬계가 대거 포진해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해찬계이자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이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으로 동병상련 상태가 됐다. 두 사람은 이를 의식한 듯 엄혹했던 유신시대를 언급하며 당내 결집을 유도했다. 
 
이 대표는 17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이 전 대표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이 대표를 적극 지지했던 이 전 대표는 이번 회고록에서도 지난 대선을 돌이켜보며 “이재명 후보는 너무 아까운 후보”, “굉장히 좋은 후보였다”고 추켜세웠다. 
 
친노·친문 좌장격인 이 전 대표가 이 대표를 본격적으로 지지한 것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서다. 지난해 5월 이 대표의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이 출범했다. 민주평화광장은 2007년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전국의 지지자들이 모여 출발한 ‘광장’이 후신이다.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5선의 조정식 의원, 이해식·김성환 의원 등 이 전 대표 측근들도 민주평화광장에 대거 합류했다. 이들은 현재 이재명 체제에서도 주요 당직을 맡았다. 조 의원은 사무총장을, 이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의원은 정책위의장이다. 
 
이 전 대표와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을 고리로, 검찰의 압박에도 처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평화부지사 자리를 신설한 뒤 이 전 의원을 부지사로 영입했다. 경기도는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사단법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대북교류 행사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공동주최했다. 도의회 반대로 관련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자, 아태협이 해당 국제대회 개최를 위한 비용을 부담했다. 이 비용은 쌍방울그룹의 기부금으로 마련됐다. 이 무렵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이 의원은 첫 국제대회 직전인 2018년 10월 두 차례 방북하며 남북 평화협력 교류를 총괄했다.
 
이 전 의원은 사외이사를 그만 둔 뒤 공직에 있으면서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이를 대가성의 뇌물로 보고 있다. 쌍방울그룹 뇌물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동북아평화경제협회를 지난 6일과 11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사무실과 이사장실 등이 포함됐는데 현재 이사장은 이 전 대표다. 또 검찰은 2019년 쌍방울그룹이 수십억원 상당의 달러를 중국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쌍방울그룹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유신체제’를 언급하며 견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지금까지 만든 민주주의의 역사가 퇴행하지 않도록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며 “마침 오늘이 유신 쿠데타 날인데 일부러 (이날로 출판기념회를)잡으신 것이냐”고 물었다. 이 대표의 농담에 이 전 대표는 끄덕였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데 총력을 다해도 부족할 시점에 국가 역량이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소진되고 있다”며 “오늘이 마침 10월 유신 쿠데타의 날인데, 절대권력은 절대 망한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도 “이 대표의 말처럼 오늘이 10월17일, 제 인생을 바꾼 날”이라며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유신 국회를 만들고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종신 대통령을 만드는 체제로 그동안 면면히 쌓아왔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게 10월 유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살짜리 꼬마애가 이번 대선에서 지고 나서 엄마가 한숨을 쉬자 ‘엄마. 걱정하지 마. 5년 금방 가’라고 했다고 한다”며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80년대 어렵게 유신체제를 종식시키려 했는데 전두환 세력이 들어와서 총칼로 무자비하게 살상하고 집권하는 것을 보면서 절망을 느꼈지만, 우리가 박정희도 이겼는데 전두환 7년을 못 이기겠나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역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가야 한다”고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축사를 통해 “도도한 강물처럼 많은 물줄기를 만나야 멀리 가고 바다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가슴에 새겨야 하겠다”며 “때론 퇴행의 시간을 겪기도 하지만 역사는 결국 진보해나간다는 확신을 그의 회고록에서 보여준다”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도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정동영 전 의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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