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나를 죽여줘’ 이일화 “영화 상황 실제 내 앞에 온 다면…”
“불편한 내용 그리고 ‘불편하다’ 의견 동의…하지만 불편과 공감 다 있어”
“장애와 비장애인 구분 무슨 의미가 있나…우린 모두 장애인 될 수 있다”
2022-10-19 01:00:01 2022-10-19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굉장히 그리고 아주 불편한 얘기. 그 역시 인정했다. 당연하다. 혼자 아들을 키우는 싱글 파더에 대한 애기다. 그런데 그 아들, 선천적 중증 지체장애인이다. 그리고 그 아빠, 중증 알코올의존증에 우울증까지 겹친 여동생과 함께 산다. 아들의 활동 보조인은 지적장애인. 더욱이 아빠는 점차 신체가 마비돼 가는 신경계 질환을 앓는다. 그리고 아들은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독립에 대한 욕구와 성적 욕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거론 만해도 숨이 막힐 정도다. 그런데 이 모든 걸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 영화 나를 죽여줘속 타인이자 제 3자이면서 또한 모든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인물 수원. 사실 수원 역시 쉽지 않다. 남편과는 사실상 이혼 상태나 다름 없다. 삶에 대한 의욕과 의지가 없었다. 그런 시기에 이 남자를 만났다. 그런데 이 남자의 주변, 이토록 힘들다. 그리고 더욱 더 나빠져 가고 있다. 내 삶도 죽을 만큼 힘든데, 내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싶은 이 남자는 더욱 더 아파만 간다. 도대체 어떤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죽여줘속 수원을 연기한 중견 배우 이일화의 목소리를 그래서 중간중간 가늘게 떨렸고 눈시울을 붉혔다.
 
배우 이일화. 사진=트리플픽쳐스
 
요즘 1020세대에겐 응답하라시리즈 속 엄마 이일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이상 세대에겐 책받침 스타 이상의 여신으로 추앙 받던 시대의 미모를 대변하던 여성 톱스타다. 1991SBS 공채 2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30년이 넘는 연기 인생 동안 수 많은 고개를 넘나 들었다며 웃는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를 성장시킨 작품과 캐릭터로 그는 이번 나를 죽여줘수원을 주저하지 않고 꼽았다.
 
정말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던 분들인 이 영화의 감독 조연출 그리고 촬영감독 세 분과 함께 나를 죽여줘원작 연극 공연을 보러 갔었어요. 당시에는 영화화 얘기는 듣지도 못했어요. 그냥 보러 간 거에요. 공연 보고 많이 울면서 너무 좋다고 했죠. 이런 아들 가진 엄마의 얘기가 나오면 참 좋겠다는 의견도 전하고. 근데 그리고 얼마 뒤 영화 제작 소식을 들었죠. 내심 참여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배역까지 주셔서 너무 놀랐었죠.”
 
이미 연극계에선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다. 우선 원작 자체가 연극이면서 연극 만을 위해 작가가 쓴 희곡이기에 영화로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작품 내용이 너무 강했다. 이미 앞서 언급한 장애인의 돌봄 문제와 성문제 그리고 자립 여기에 싱글 파더와 대안 가족 형태의 주거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여러 사회 문제가 모두 담겨 있었다.
 
배우 이일화. 사진=트리플픽쳐스
 
불편하다는 의견에 저도 당연히 동의하죠. 감동적이란 말은 당연한 거지만 그 안에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고 공감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 얘기는 불편함이 더 크다고 봐도 될 듯해요. 관객들이 여유롭게 그리고 편안하게 볼 얘기는 결코 아니잖아요. 감독님도 그 점이 많이 결려서 중점을 두고 연출하셨는데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실 지 그게 궁금할 뿐이죠.”
 
당연히 촬영도 쉽진 않았다. 어렵고 힘든 장면이 많았기에 쉽지 않았다라기 보단 워낙 예산이 작은 알뜰한 영화였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지만 이일화에겐 다른 기억이 떠올라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과거 배우와 스태프로 만난 한 연출자 분의 뒷얘기를 전하며 이 영화 속 타인으로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현실에서 실제로 경험했고 그 경험이 떠올라 괴로웠단다.
 
내용이 힘드니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해도 결코 재미있는 작업은 아니었어요. 사실 제 주변에 영화 속 신체 장애인 현재처럼 장애를 가지신 분이 계세요. 과거 배우와 연출자로 만난 분인데, 어느 순간 사고로 인해 지금은 휠체어 신세를 지고 계신 분이세요. 지금은 퇴직하셨는데 퇴직 전에 단막극을 하나 하셨는데 그때 인연으로 지금도 매일 소통하고 있어요. 감독님처럼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분과 선천적 장애를 가지신 분들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였으면 하는 거죠.”
 
배우 이일화. 사진=트리플픽쳐스
 
연기 자체가 상상을 통해 실제처럼 그려내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나를 죽여줘속 수원이 마주한 현실은 너무도 극단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일화의 입장에서 이 상황이 배역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녹아 들었고 또 어떤 방식으로 이해 했는지도 궁금했다. 간결하게 질문을 하면 이랬다. 정말 어렵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영화 속 상황을 현실에서 마주한다면 여자로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했다.
 
영화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 장면 중에 하나가 수원이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유산을 했어요. 그래서 쇼윈도 부부로 살아가는 데, 삶의 의욕 자체가 없던 시기에 연인 민석(장현성)의 시를 읽고 삶의 용기를 냈다는 설정이에요. 그러니 장애나 그런 게 문제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만약 이일화에게 같은 상황이 온다면, 오히려 더 편하게 대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해요. 우리도 언제나 장애인이 될 가능성을 갖고 살아가는데 말이죠. 장애만 있을 뿐 다 같은 사람이잖아요.”
 
극중 자신의 연인 민석으로 출연한 장현성과의 호흡은 한 눈에 봐도 너무 좋았다. 실제 연인 이상의 관계처럼 극중에서 두 사람의 호흡은 들숨과 날숨이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무너져 가는 과정 속에 있는 민석의 곁에서 정성을 다해 지키는 수원의 모습이 납득이 되고 또 이해가 될 정도였다. 현장에서 함께 했던 상대역 장현성은 이일화에겐 최고의 파트너였단다.
 
배우 이일화. 사진=트리플픽쳐스
 
더 할 나위 없는 최고의 파트너였어요. 특히 장현성씨가 제 칭찬을 그렇게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긴장할 까봐 그랬을 거에요. 현성씨는 원작 연극에서 같은 배역을 연기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이 영화 자체의 톤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절 위해 너무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그리고 함께 한 김국희 안승균 양희준 등 모두가 너무 착한 배우들이에요. 촬영지가 춘천이었는데, 매일 현장 가는 게 소풍가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몇 년 전까지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일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단다. 더욱이 중년 여성이면 당연히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갱년기 증상으로 더욱 더 무력감이 심해져 배우 생활에 위기감을 겪기도 했었다고. 하지만 주변 동료들의 배려와 도움 그리고 좋은 작품을 자주 만나면서 위기감을 넘기고 있단다.
 
배우 이일화. 사진=트리플픽쳐스
 
저도 워낙 어릴 때 데뷔를 했고, 돈 많이 벌자는 생각으로 일도 많이 했었고. 그런데 그런 생각들이 어느 순간 많이 변하더라고요. 지금은 제 연기로 미약하게나마 세상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단 게 솔직한 제 생각이에요. 진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 고민도 많았고 힘도 들었고 건강도 안좋았어요. ‘난 이제 그만 해야 하나 보다싶었었죠. 근데 몸이 많이 좋아졌고 건강도 회복하고 나니 다시 열정도 많이 생기고 있어요. 좋은 작품으로 자주 뵙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