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납품단가연동제 촉구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재판이 18일 연달아 열리며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됐다. 이 대표는 자신의 재판 관련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납품단가연동제 등 민생경제 입법안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이 대표는 ‘이재명 조작수사’라는 글을 공유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18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재직 때는 몰랐다”고 답했는데, 검찰은 이를 거짓말로 보고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또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박근혜정부의)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했는데, 검찰은 이 또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모 전 사무관에 대한 재판도 이날 열렸다. 배씨는 지난해 8월2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김씨와 민주당 관련 인사 3명이 식사한 자리에서 김씨를 제외한 3명의 식사비로 7만8000원 상당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등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올해 1월과 2월 대선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허위라고 반박했는데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 촉구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이 ‘오늘 재판 시작인데, 야당 탄압이라고 보시나’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대표실은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자들과의 비공식 질의응답(백브리핑)도 자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재판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대신 이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년간 수사했는데 없던 증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이재명 조작수사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에는 이 대표가 연루된 성남FC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물증이 아닌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진술 역시 기존 참고인, 피의자가 과거에 했던 이야기를 뒤집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검찰의 고강도 압박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기자들이 해당 글을 공유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이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 대표에게)김문기를 알았냐고 물었는데, 이 대표가 ‘안 의원은 몇 년 전에 사람 만난 것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할 수가 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성남은 부하 직원 4000~5000명이나 되는데, 업무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결재도 받고, 브리핑도 받지 않겠냐. 기억이 난다, 안 난다 이것을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대신 민주당은 ‘야당탄압’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감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여야 협치와 국민 통합은 망각한 채 지금처럼 검찰, 경찰, 감사원가지 동원해 낮은 지지율을 반등시키려고 전 정부 털기와 야당탄압에만 올인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참혹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이재명(오른쪽)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납품단가연동제 촉구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 도중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납품단가연동제 등 민생경제 입법안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이날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를 위한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유일한 일정으로 잡았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납품단가연동제를 지난 대선에서 공약하고도, 후퇴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업들의 자율 확산을 유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대기업 등 원사업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종전 거래를 끊고 해외 업체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의힘도 납품단가연동제를 100대 입법추진과제로 선정했지만, 이를 논의할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민생특위)는 여야 간의 정쟁 격화로 진전은 없었다.
민주당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당장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중소기업만 지울 수는 없다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도 “물가상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이런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이 힘 없는 중소기업에, 사회의 약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를 촉구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중소기업인들의 오랜 숙원과제다.
민주당은 납품단가연동제를 논의한 민생특위 활동 시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 국민의힘과 협상을 이어가되 끝내 좌절된다면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역시 “국민들께 빈말을 드릴 수 없어서 쌀값정상화법 처리하듯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되, 필요한 일이고 책임이니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는 것으로 하자”고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쌀값정상화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민생경제 챙기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 대표가 통과를 당부한 법안으로, 쌀값 안정을 위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19일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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