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이번에는②)쟁의권 회복vs.재산권 침해
원청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하청노동자 보호
재계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헌법 정신과 안 맞아"
2022-10-19 06:00:00 2022-10-19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용자로 볼 수 있는 경우’를 단서조항으로 한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와 ‘그 사업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가 해당된다.
 
현행법상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직 등은 원청 사업자와 교섭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원청기업이 직접적인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유다. 이에 하청노동자는 원청 사업자와 임금협상 등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서 과격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지난 7월 마무리된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진 임금협상 요구 파업이나,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이 2월 과로사 문제로 파업에 나선 것도 사측이 교섭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데 기인한다. 법으로 대화 의무가 규정돼 있지 않기에 사용자가 쉽사리 노조와 협의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개정안은 원청 사용자에게 하청 노동조합 등에 대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한다. 이에 노동법 사각지대에 속한 노동자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측과 협상이 가능해진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경기지부 조합원들이 1월26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총파업 지지 및 동참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계와 여당은 노란봉투법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달 17일 보고서를 통해 “노란봉투법이 폭력·파괴로 인한 손해를 제외하고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부분은 헌법 23조에 명시된 재산권 침해”라며 “불법행위 면책특권을 노조에만 부여하는 것도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지난 9월14일 국회를 방문해 "노란봉투법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 역시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의 불법 파업에 따른 근로 손실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며 “헌법상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주환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노조 방탄법’이자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파업 손해의 범위를 엄격하게 따지거나, 손해배상 청구액의 상한액을 정하는 등 기업 손해배상 청구권에 제한을 가하는 데 기인한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발의안은 노동조합의 규모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상한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하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은 불법행위일지라도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된 경우면 노동조합 임원과 조합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한다. 나머지 노란봉투법 개정안 역시 노조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제안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경영계의 주장처럼 재산권 침해나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헌법상 권리인 ‘노동3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합법파업의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그간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헌법상 권리임에도 재산권에 밀려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에 법 개정으로 노동권 보장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박래군(왼쪽 두번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가 9월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앞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