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9년전 논의된 '노란봉투법'이 다시 정치권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이번에는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에 힘쓰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재개를 비롯한 여당은 노란봉투법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3부작으로 노란봉투법이 가진 의미와 양측 주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노란봉투법’이 21대 국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하반기 국회 최우선 과제로 노란봉투법을 꼽았고, 정의당은 올해 안에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에 사활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이들 야권을 중심으로 소위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법안은 모두 8건(더불어민주당 6건, 정의당 2건)이 발의돼 있다. 각기 차이는 있지만,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손배소)을 하지 못하도록 파업 범위를 넓힌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직선거 출마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연내 입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사진=뉴시스0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대한 손배소 논란으로 처음 논의하게 됐다. 2013년 연말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시민이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현금 7000원을 보낸 보낸 것에 기인한다. 당시 이 시민은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하다”라며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예전 월급봉투가 노란색인 것에 착안해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됐다. 시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합한 결과 넉달도 채 되지 않아 14억700만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기세를 몰아 정치권도 관련 입법 논의에 나섰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노란봉투법’이라 칭하고, 2015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이 법안을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의 근로자·사용자 개념과 노동조합법 3조의 쟁의행위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개정해 불법 쟁의행위 폭을 좁히고 과도한 손배소를 막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정치권 이슈로 노란봉투법이 다시 대두된 것은 최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손배소 사건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하이트진로 화물 운송 기사들이 실질 사용자인 원청 사용자인 대우조선과 대화를 요구하며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51일간 투쟁을 벌였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측은 장기 파업으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며 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470억원은 이들 5명이 약 400년간 자신의 월급을 꼬박 모아야 갚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손배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5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가 이런 천문학적 액수를 감당할 수 있느냐"며 "손해배상 소송, 가압류 문제에 대해 크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 손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8월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열린 원청 사용자성 인정, 손배가압류 철회, 노조법 개정, 하이트진로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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