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 동남권 메가시티편'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광연·최병호·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소환 절차 없이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또 다른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실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 대표에게까지 뻗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부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김 부원장은 변호인 입회 하에 자택에서 긴급체포됐으며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혐의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어느 정도 입증된 것으로 보여진다. 검찰은 민주당 중앙당사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도 시도했으나 민주당 관계자들이 저지하면서 검찰과 민주당 간 대치도 빚어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 중단을 요청하고 당사 집결을 지시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자금 마련을 위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백현동, 위례 개발사업의 핵심 관련자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지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부원장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화천대유와 관련된 남욱 변호사 등이 돈을 마련했으며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증거 인명 등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 조속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한 측근 중에 측근이다. 이 대표와는 성남에서 시민사회 운동을 함께 한 오랜 동지 관계로,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의원으로 호흡을 맞췄고,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대변인을 지냈다. 이후 대선 캠프에서 이 대표를 도왔고, 이재명 당대표 체제 출범 이후에는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 의혹과 함께 유 전 본부장의 측근설이 불거지자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고 말하며 변함 없는 신뢰를 보냈다. 이 대표는 과거 김 부원장을 "나의 분신"으로까지 소개했다.
김용(오른쪽)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2019년 9월17일 경기도 대변인으로 활동할 당시의 김 부원장. (사진=뉴시스)
이 대표의 최측근이 갑작스레 체포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민주당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김 부원장 체포 배경에 유 전 본부장 진술이 있는지, 아니면 추가적인 내용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뚜렷하게 어떤 혐의인지 나오면 대응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힐 내용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김 부원장 체포 소식에 관한 입장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김의겸 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에서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다만 "검찰이 돈을 줬다는 유 전 본부장을 검사실로 불러 회유·협박을 해왔다는 정황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며 "20일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말이었는데 김용 부원장의 체포 사이에 연관성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의심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최근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다루는 데 있어 이상한 흐름이 있다. 변호인과의 접견까지 막고 있다"며 "수감자를 불러 회유하고 협박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부원장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소문으로 떠돌던 검찰의 조작의혹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뒤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없는 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나라를 독재 시절로 회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백한 물증이 있는 '50억 클럽'은 외면하고, 정치공작을 일삼는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모든 방법을 다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유동규 당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지난해 10월5일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 변호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라며 "유 전 본부장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에서 압박과 회유가 상당하다"고 검찰의 기획수사를 주장했다. 특히 "김용, 정진상을 거쳐 이재명 대표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바라봤다. 김 부원장과 상의 끝에 입장문을 작성했다는 이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갑자기 보수 언론과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대장동, 백현동, 위례 개발사업을 다시 들춰내고, 이재명 대표의 이름도 거론됐다"며 "어제 김 부원장과 이 같은 조짐이 현실화되면 입장문을 내야겠다고 정리하던 차에 긴급체포가 이뤄졌다. 긴급체포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당 고위 관계자 역시 "유 전 본부장이 자기 살겠다고 김 부원장을 끌어들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유 전 본부장이 검찰로부터 받는 압박과 회유가 상당해서 심적으로 많이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지난 1월말 선대위를 모아놓고 1원이라도 받았다면 대선후보 사퇴하고 처벌받겠다며 결박을 주장했다"며 "이 자리에서 김용, 정진상도 같이 결백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신주호 부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당대표가 된 이후 주요 당직에 임명한 최측근마저 체포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도 본인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이 대표의 불법리스크가 너무 커 이제는 손바닥으로 가릴 수도 없다. 민주당도 이제는 국민을 위해 이 대표의 '방탄막이'를 포기해야 한다"고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 대표가 기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사례처럼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는 점을 들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국민의힘은 최종 몸통이 이 대표라고 확신하고 있다.
김광연·최병호·장윤서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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